경주의 여름밤

소낙비였다. 토요일 오후 동쪽 하늘에 난데없는 뇌성이<br> 일더니만, 우박 같은 소낙비가 내렸다. 용(龍)이 승천이라도<br> 하는 모양이다. 입에 문 여의주라도 뺐을 수 있다면...<br><br> 계획에 없는 낚시를 가게 되었다. 소낙비로 신묘한 용이 승천<br> 하더니만, 이런 조화를 부린 것 같았다. 용의 조화면 어떻고<br> 하늘의 은혜로움이면 또한 어떠하리. 우린 그저 모든 것에 순<br> 응하며 낚시를 떠나면 그만인 걸...<br><br> 경주. 갈 때마다 늘 신비롭게 느껴지는 경주로 달린다. 부산으로<br> 향하는 하행선 차로가 무척 막힌다. 그걸 건너보면서 잘 소통되는<br> 상행선으로 달리는 기분. 그야말로 짱이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br> 이해할 수 없는 거다. 남들은 차 길이 막혀서 짜증이 나는데, 정작<br> 그걸 구경하면서 달리는 기분은 갑절이나 좋은 것이다.<br><br> 오후 6시. 마름이 빼곡한 늪지형 저수지에 도착했다. 어지럽게 실려진<br> 짐들이 풀밭으로 쏟아지고 기대감으로 번쩍거리는 여덟 개의 눈들은<br> 쉴 틈 없이 처음 와본 저수지를 연방 둘러보지만, 이제 막 새끼들 현장<br> 학습을 시작한 듯한 쇠물닭은 그랬거나 말거나 제 놈들 공부에만 열중<br> 이다.<br><br> 모기들의 엄습은 그와 동시에 시작되었다. 작은 모기 큰 모기. 농촌 모기<br> 산골 모기 가릴 것 없이, 그것들은 각자 빨대 하나씩 들고서 곧장 우리들을<br> 향해서 내리 꼽는다. 차라리 큰 사발에 피 한 대접 뽑아주면 어떨까 싶었다.<br> 이왕 뽑히는 거, 한 번에 다 주고 말지... <br><br> 향불을 피웠다. 마치 석굴 속에 앉아 있는 불상과 같은 모습으로 우린 그렇<br> 게 각자 선택한 물가에 앉아 있었다. 이렇게 스스로 모기들의 공격에 온몸으<br> 로 맞서는 이유는 단 하나. 그 영롱한 야광찌의 춤을 보기 위함임은 두 말이 <br> 필요 없으리라! 낚시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우릴 보다면, 아마 모르긴 모르<br> 되 십중팔구는 성한 사람으로 안 볼 것이다. 그래도 그게 우린 좋은 걸 어쩌<br> 겠는가!<br><br> 여편네가 아무리 고운 분단장을 하고 가진 교태를 다 부려봐라. 그게 어디 <br> 야광찌 춤만 할 것인가. <br><br> 잔 씨알이 몰려든다. 겨우 세 대만 폈는데, 바쁘다. 잔챙이 놈들은 잠도 없나<br> 보다. 밤 10시면 어김없이 청소년들에게 귀가방송을 하는 인간들과는 다르게, <br> 붕어들은 아직 그런 게 없는 모양이다. 철딱서니 없는 어린것들의 밤길을 그<br> 들은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까??<br><br> 종류를 구분 않고 덤벼드는 모기와 저돌적인 어린것들의 데쉬. 우린 그저 시<br> 바상의 모습으로 손발을 움직이며 춤을 춘다. 여름날 밤 물가에는 그런 사람<br> 들이 곳곳에 많다. 우주복 같은 모기 옷이라도 사 입어야 할 것 같다. <br><br> 32cm 붕어. 서식 조건이 좋아서 그런지 빵이 장난이 아니다. 물론 붕어의 색<br> 깔도 환상적이다. 거므틱틱한게... 보는 이로 하여금 그야말로 흐뭇하게 만<br> 든다. 새우에 올라 왔단다. 새벽 4시 반쯤에... 잔챙이 붕어들의 등쌀에 온밤<br> 을 고스란히 날려버린 우리는 그저 월척 붕어를 구경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br> 다. 물론 그 붕어를 잡은 사람의 의기양양 하는 모습도 한껏 부러워하면<br> 서... <br><br> 에효~~~ 난 언제나 저런 놈과 사랑을 속삭일꼬... 쩝<br><br> 더러운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있었다. 낚시꾼들의 짓이 아니다. 가스통이며 <br> 라면봉지 그리고 각종 떡밥봉지에 온갖 색깔별 지렁이 통. 쓰레기 버린 사람<br> 들의 주체를 금방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분명 낚시꾼들이 그런 게 아닐 것이<br> 다.<br><br> 낚시꾼을 가장한 행락객. 이른바 얼치기 낚시꾼들의 짓으로 봐야 할 것이<br> 다. 블루길이나 베스, 그리고 각종 모기와 잔챙이 붕어보다도 더 짜증나게 <br> 만드는 얼치기 꾼들. 그들은 무엇으로 퇴치할 수 있을꼬...<br><br><br>  감사합니다.<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