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조황속보"에는 노지에서의 화보(5매이상)과 장소 기법 조과등을 올리시면 "포인트 1000점"이 댓글은 "포인트 200점"이 충전 됩니다.
단. "노지조황속보"에 적합치 않은 글과 비방과 조롱의 댓글은 경고 없이 강제 삭제와 포인트가 삭감 되는 불이익을 받으실수 있습니다.
철없던 낚시 훈련병 시절
붕어꾼
안내
3
2,547
2004-01-28 16:08
릴낚시를 해야 만이 진정한 낚시 베테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시절이<br>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웃기는 일 같지만, 당시에 나는 낚시 베테랑<br> 되는 게 내 인생의 목표쯤으로 여겼던지 무척이나 그것에 매달렸었다.<br><br> 그러니까 그게... 80년대 중반의 일인데, 당시 난 서울에 있는 친구들의 집요(?)<br> 한 권유로 경기도에 있는 어느 저수지로 낚시를 갔었다. 부천 역곡역 맞은편<br> 으로 올라가 신앙촌 넘어 어느 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저수지인데, 그 이름은<br> 모른다. <br><br> 저수지 입구에 있는 관리소에는 인기 개그맨들 사진이 여러 장 붙어 있었는데,<br> 유명 연예인들이 그곳에 종종 찾아온다고 누군가 귀띔해 주었다. 그리고 보니 <br> 그쪽에서는 제법 이름 있는 저수진 모양이었다.<br><br> 5월 산란기 철 달창지도 그보다는 더 붐비지 않을 것이다. 무슨 낚시꾼들이 그렇<br> 게 많던지, 적당하게 빈곳을 찾는다고 한참이나 헤맸었다. 조금 유명하다 싶으면 <br> 그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건 어디서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br><br>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그곳에 모인 낚시꾼들은 모두가 하나 같이 릴낚시를 하고 <br> 있다는 것이다. 민장대 낚시꾼은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고, 저수지 주변을 릴 낚싯<br> 대로 빼곡하게 채워놓고 있는 릴꾼들만 버려진 고등어에 파리 떼 몰려있듯 그곳<br> 에 모여 있었다. 친구 놈들 역시 민장대는 하나도 없고 이름도 알 수 없는 릴 낚싯<br> 대만 주섬주섬 끄집어 내놓고 서둘러 낚시 준비랍시고 했다.<br><br> 그곳에서 낚시 베테랑이라 하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릴대를 하나라도 더 많이 펴<br> 고 있어야 하고, 또한 한 뼘이라도 더 멀리 일정한 곳에 정확히 던져야만 한다는 <br> 것도 금방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윗옷을 벗어놓고 야구공 만한 떡밥을 조금<br> 이라도 더 멀리 던지기 위해서 가진 애를 다 써는 사람들이 많았다. 에효~~! 낚시 <br> 베테랑이 뭔지...쩝!<br><br> 그런데 참으로 웃기는 건 그렇게 혼신의 힘으로 릴대를 다 펴놓기만 하면, 언제 그<br> 런 애를 썼느냐 하는 듯 이내 텐트 그늘에 들어가서 빙 둘러앉아 요란스럽게 고스<br> 톱을 친다는 것이다. 마치 낚시 온 사람이 아니라 먹고 마시고 놀기 위해서 온 사<br> 람들 같이...<br><br> 방울이 울리거나 팽팽하게 당겨진 줄이 축 처져서 고기가 걸린 듯 하더라도 그들<br> 은 서두는 법이 없다. 그저 대수롭지 않게 물가로 가서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br> 이 릴을 감아들인다. 그리고 우리 같으면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의 큰 붕어를 휴지<br> 통에 쓰레기 밀어 넣듯 살림망에 넣고선 태연하게 다시금 고스톱 자리로 간다.<br> 아~! 그 유유자적한 여유. 저게 진짜 낚시 베테랑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당시 난 <br> 그들의 그런 괴이한 모습을 보고서 한 순간에 매료 되고 말았으니.... 사람팔자 참 <br> 알 수 없다. <br><br> 그래서 난 부산에 돌아오자마자 곧장 릴대를 여러 대 구했다. 본격적으로 릴낚시<br> 를 시작해 볼 작정이었다. 율리못. 울산 근처 율리못으로 부랴부랴 바라바리 싸들<br> 고 냅다 달려갔었다. 그때의 부픈 희망(이제 나도 낚시 베테랑이 될 수 있는 것) <br> 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뽕주사 맞고 야한 잡지를 보면 그런 느낌이 든<br> 다고 하던데...??!!<br><br> 차분하게 한쪽에 민장대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괜히 어설프게 보인다. 오죽 낚시<br> 를 못했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야흐로 기분만큼은 누구에게도 뒤떨어<br> 지지 않을 만큼 이미 낚시 베테랑이 된 듯 싶었던 것이다.<br><br> 그런데 야구공 만한 떡밥을 달고서 그렇게 멀리 정확하게 던지는 게 생각한 것 같<br> 이 잘 안 되었다. 눈짐작으로 대충 어디쯤 던져야 하겠다고 맘먹고 냅다 릴대를 휘<br> 두르면 엉뚱한 곳, 이를테면 3시 방향이라던 지 아니면 '딱' 소리와 함께 줄이 끊겨<br> 서 떡밥만 날아가는 일이 많았다. 낚시 베테랑 그거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생<br> 각. 그때 가졌다. <br><br> 당시 율리못에는 나 같은 릴낚시 훈련병들이 엄청 많았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뭇 <br> 낚시꾼들이 부울 훈련소. 즉, 부산 울산 낚시 훈련소라고 율리못을 했을까! 그러기<br> 에 어디서 날아온 지도 모를 떡밥들이 각도 없이 날아와 발 밑에 떨어지는 건 흔하<br> 데 흔한 일이고, 떡밥은 온데 간데도 없는 섬뜩한 맨 바늘 6개가 콧구멍 밑으로 번<br> 쩍거리며 지나가는 것 또한 비일비재했었다. 하지만 교육 환경이 아무리 그렇다<br> 손 치더라도 릴낚시 연구와 실습은 멈추지 안 했다.<br><br> 잘 안 되면 A4 용지에 자세까지 그려가며 줄잡은 손가락을 어느 시점에서 놓아야<br> 만 더 멀리 갈 수 있는가 하는 수학적 역학적, 그리고 신체학적인 영역까지 넘나들<br> 면서 연구에 연구를 몰두했으니, 내가 당시 얼마나 낚시 베테랑에 매달렸을 지 가<br> 히 짐작되고 남음이 있을 것이다.<br><br>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그런 피나는 노력 덕택으로 오래가지 안 해서 나도 제<br> 법 여유를 부리며 릴낚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텐트 속에 들어가 고스톱을 <br> 친 게 아니고 음악을 들었다는 게 다를 뿐, 서울의 베테랑 꾼들 과 별반 차이도 없<br> 게 되었다.<br><br> 초동지. 하지만 초동지 베테랑을 보고선 서울의 릴낚시 베테랑은 젓도 안 뗀 애송<br> 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있다고 하더니만, 과연 낚시의 최<br> 절정 베테랑의 끝은 어딘지, 두려움 마저 느끼게 되었다.<br><br> 가정용 LPG가스를 움막(텐트가 아님)에 설치해 두고 싱크대에 움막을 지키는 개까<br> 지 키우는 것도 모자라 주위에 텃밭을 일구고 집배원까지 들락거릴 정도로 낚시<br> 만 하고 있는 초동지 릴낚시 베테랑들... 당시 나도 어젠가는 그들 사이에서 그렇<br> 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목표를 새롭게 높였다고나 할까...<br><br> " 김 선생... 고문님들 모시고 낚시를 한번 갔으면 하는 데... ? "<br><br> 그러던 어느 날. 현대낚시점 이 사장이 자신이 급해서 그런 다며 자기 대신에 낚시<br> 를 좀 가달라는 것이다. 고문님들에게서도 배울 게 많다고 하면서 무안의 G저수지<br> 를 추천해 주었다. 당시 난 낚시회 소속이 아닌지라 별로 내키진 안 했지만, 연세 <br> 높은 고문들에게서도 배울 게 있다는 이 사장 말에 혹시나 하고 낚시를 간 적이 있<br> 었다. 낚시회 고문이라면 뭐가 달라도 다를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그들을 주변에<br> 서 낚시 베테랑이라 하는 것 자주 들었다.<br><br> 같은 베테랑끼리 낚시를 가는 것이니 만큼 절대 질 순 없는 일. 그래서 난 있는 릴<br> 은 다 싸들고 갔다. 그 동안 닦은 내 실력을 맘껏 발휘해서 나도 어느 정도는 베테<br> 랑 소릴 듣고 싶었던 것이다.<br><br> " 김 선생... 그렇게 잡는 재미는 어떠하오? "<br><br> 고문님들은 한 대 아니면 많아야 두 대. 그것도 아주 짧은(2칸 반이 최고 김) 민장<br> 대를 드리워 놓고 연방 고기를 걸어 올리는 나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물어왔다. 난 <br> 내심 그들이 고기를 잡지 못해서, 쉴 틈 없이 걸어 올리는 내가 몹시 부러워 그러<br> 는 줄로 생각했다. <br><br> " 아~! 예... 해보시면 압니다. "<br><br> 배울 게 있다는 이 사장 말이 웃겼다. 오히려 내가 가르쳐야 할 판으로 보였다. 저<br> 런 낚시를 하는 사람들에게서 도대체 배울 게 뭐가 있을지... 당시 난 그랬다.<br><br> " 김 선생... 그저 물가에 앉아서 한가롭게 낚싯대만 드리워 놓고 굽이쳐 흘러간 지<br> 난날의 건더기를 낚을 수 만 있다면 굳이 고기를 안 잡아도 즐겁지 안겠소? "<br><br> 점심 시간. 고문님들은 그저 그렇게만 말씀 하셨다. 하지만 우둔하기 짝이 없는 당<br> 시 난 그들이 고기를 못 잡아 변명하는 것으로만 생각했으니...<br><br> 아~~! 이미 모두 작고하신 그 분들에게 어찌 이 부끄러운 마음을 속죄 할 수 있을<br> 지...<br><br> 남관셈...<br><br> 감사합니다.<br> <br><br> <br><br> <br><br> <br><br> <br><br> <br> <br> <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