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 조황 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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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붕어꾼 6 2,003
<br> " 아! 행님... 이거 우짜죠? "<br><br> 월래 방파제에서의 일이다. 낚시하다말고 급하게 가버린 후배 녀석이 난데<br> 없이 버스로 돌아오라고 한다. 부산에서 월래까지 그렇게 먼 곳은 아니지<br> 만, 버스로 그곳에 가 본 일이 없기에 마치 내 신세가 끈떨어진 연과 같이 되<br> 어버렸다.<br><br> 차라리 각자 차를 끌고 가는 것인데... 교통비 좀 절약 하다가 이게 무슨 낭<br> 팬가 싶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후배 녀석이 사업상 급해서 그런다고 하<br> 는 걸! 금방 갔다 온다는 말은 했지만, 그게 그렇게 잘 안 된 모양이었다.<br><br> 학공치. 민물낚시 사이트에서 바다 얘기를 하는 건 좀 그렇다. 하지만 딱히 <br> 바다 조행기가 아닌지라... 학공치는 겨울이 되면 동해는 물론이고 부산 인<br> 근의 바닷가 어디 서나 쉽게 잡을 수 있는 흔하데 흔한 바다 고기다. 피라미 <br> 잡듯 간단하게 잔 손맛을 즐길 수 있는 낚시 대상어이기에 민물낚시가 끝나<br> 면 나는 곧잘 그걸 잡으려 다닌다.<br><br> 그 날도 그렇게 그곳에 갔었다. 민장대(3.2대) 하나에 곤쟁이 두 개 정도면 <br> 얼마든지 낚을 수 있다. 물론 학공치는 그렇게 큰 물고기는 아니다. 겨우 새<br> 끼손가락 굵기가 주로 낚인다. 하지만 추자도나 거문도에서 본 학공치는 엄<br> 청 굵었다. 제법 큰 것도 있긴 있다.<br><br> 난 델타포트(방파제 구조물)에 앉아서 학공치 낚시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br> 버스를 타고 돌아갈 생각을 하니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학공치라도 쉴 틈 <br> 없이 올라온다면 또 모르는 데 떼지어 다니긴 해도 덥석 미끼를 물지 않자 <br> 자꾸 돌아올 일이 신경 쓰인다. <br><br> 11시. 점심 시간이 아직 멀었는데 배가 고프다. 온데 신경을 썼더니만 에너<br> 지가 금방 고갈 된 모양이다. 마치 핸드폰이 전파가 안 잡히면 그렇듯이... <br> 낚시를 접고 월내 시장으로 가 닥치는 데로 먹었다. 김밥 어묵 떡볶이 등등. <br> 배가 고프니 눈에 뵈는 데로 다 입질하는 형상이다. 하지만 뭘 먹긴 해도 여<br> 전히 걱정거리는 돌아올 길이었다. 짠 내를 잔뜩 쳐 바르고서 버스를 타야 <br> 한다는 생각에 입맛이 쓰다.<br><br> " 와? 학공치가 잘 안 잡히능교? "<br><br> " 학공치는 제법 눈에 띠는데 안 무네예... 0.4호 줄 있능교? "<br><br> 방파제 입구에 있는 낚시점에 들려서 목줄을 구하려 하는데, 0.4호 줄은 없<br> 다고 한다. 0.6호 줄에 입질이 없어 좀 더 가는 줄이 필요할 것 같았다. <br><br> " 아! 그런데 주인장요. 바둑판이 있는데 바둑 좀 두시능교? "<br><br> " 오데예...!! 인자사 쪼매 배우는 중인디... "<br><br> 낚시도 안 되고 바람 마저 탱탱 부는 방파제에서 괜한 걱정을 할게 아니라 <br> 낚시점에서 아예 바둑이나 좀 즐기다가 오후 고기들이 잘 잡히면 그때 잠<br> 깐 낚시를 즐기고 가는 게 상책일 듯 싶었다. <br><br> " 손님은 월매나 두능교? "<br><br> " 월매구 자시구도 없그만유... 인자사 쪼깨 가는 길을 알 뿐인디... 그카고 <br> 또 한 동안 바둑을 안 둔지라 수도 다 잊자뿟을끼구만...쩝! "<br><br> 낮선 곳에서 낮선 상대를 만나면 늘 경계를 해야 하는 법. 바둑은 더욱 더 그<br> 렇다. 낚시점 주인장의 눈빛이 범상치 않게 보였다. 마치 섬뜩한 칼날을 꼬<br> 질꼬질한 삼베 속에 숨겨 두기라도 한 듯한 승부사의 냄새가 났다.<br><br> " 그카모...내가 3급인디 우짜 두모 되겠능교? "<br><br> 월래 촌구석 3급이라... 내심 난 안도감이 느꼈다. 하지만 더듬거리면서 바둑<br> 판을 끌어 당기는 모양이 어딘 진 모르지만 제법 상당한 내공이 쌓여 있는 <br> 듯 느껴진다. 낮선 나에게 대뜸 3급이라고 했으니 족히 동네 1급은 될 것이<br> 다. 그 정도면 월래 같은 작은 어촌 내에서는 바둑에 관한 한 떵떵거리며 호<br> 령할 것이다.<br><br> 바둑 삼매경. 돌아 올 방법을 두고서 난 내내 걱정을 했는데, 바둑판을 앞에 <br> 놓고서는 마치 부잣집 식객으로 눌러 앉은 것 같이 그저 태평이다. 따뜻한 <br> 방안에서 수담(手談)에 빠졌는 데 짠 내 나는 옷으로 버스를 타야 한다는 걱<br> 정 따위가 어찌 스며들겠는가. <br><br> 난 기원 1급. 프로들이 진을 치고 있는 라이브 바둑 사이트에서도 7단을 유<br> 지하고 있는지라 그 낚시점 주인장이 좀 밀렸다. 정확히 하자면 그가 2~3점<br> 은 놓아야 할 것이다.<br><br> " 내가 실수를 혀서 진 것이그먼... 손님도 제법 두긴 헌데, 내가 정신차리고 <br> 두모 내게 안 될 듯하이... "<br><br> 촌 고수의 넋두리를 뒤로하고 난 다시금 방파제에 갔더니 무슨 사람들이 그<br> 렇게 많은 지... 그 사이에 많이들도 왔다. 앉을 자리를 찾아 봤지만, 쓸만한 <br> 곳이 없다. 그래서 그만 일찍 가야하나 생각하는데 머리가 허옇게 쉰 어느 <br> 노인이 자신 곁에서 낚시를 해보라고 하신다. 낚시터 인심이다. 낚시터 인심<br> 은 그러해야 한다. 아니! 낚시터 뿐 아니라 어쩌면 나라 전체가 그런 인심이 <br> 살아 있어야 한다. <br><br> " 두 마리 잡았는데... 저렇게 엄청 떠다니긴 해도 잘 안 물어주는구려... "<br><br> 그 백발 노인은 그저 그렇게만 말씀하시고 싱글벙글 이다. 잡고 안 잡고가 <br> 문제가 아니라 듯한 인상이었다. 낚시라는 것에도 해탈의 경지가 있는 지 모<br> 른다. 물은 물이고 고기는 고기다고 하는 경지 말이다. 난 그게 도통 무슨 말<br> 인지 감도 안 잡히지만... 쩝~!<br><br> " 목줄을 좀 바꿨어야 하는데 0.4호가 없어서 잘 안되네요. "<br><br> " 아니 그럼... 지금 그 목줄은 몇 호이오? "<br><br> 나는 겨우 두어 마리 잡아놓고 지나가는 말로 한 말 했더니만, 그 노인이 대<br> 뜸 목줄의 굵기를 묻는다. 그래서 난 0.6호라고 했는데, 그 분은 자신의 것<br> 이 1호라고 하면서 못내 아쉬워했다.<br><br> "0.6호도 별로 인데 정히 바꾸시려면 제가 좀 드릴까요? "<br><br> " 아! 그러시면 진짜 고맙구...!! "<br><br> 돋보기 안경을 끄집어 내 끼고서 델타포트 위에서 조심스럽게 바늘을 묶는 <br> 그 노인의 표정이 재밌다. 이제 학공치들 다 죽었다는 듯한 표정... 그 분은 <br> 독도와 울릉도 그리고 서해의 백령도를 빼곤 섬이라면 거의 다 다녀봤다고 <br> 했다. 조력 50년. <br><br> " 내 인생은 낚시와 더불어 줄곧 걸어왔소. 내 아는 이는 낚시가 좋아서 작<br> 은 배를 하나 구해서 완도로 아예 이사를 가버렸는데 난 참아 그렇게 할 수 <br> 없다오. "<br><br> 낚시터에서 만나는 사람은 쉽게 친구가 된다. 그게 나이나 지위 그리고 가<br> 진 게 많던 적던 다 그렇다. 사실 물가에서 무슨 가식이 필요하며 돼먹지 않<br> 은 우쭐거리는 마음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낚시터에서는 그런 건 아무<br> 짝 이도 필요 없다. 그저 햇살에 반짝거리는 순간들의 기다림만 중요할 뿐이<br> 다.<br><br> " 아니!! 가시려고요? "<br><br> 학공치가 장난을 하는 건지 사람을 놀리는 건지 떼지어 왔다갔다하면서도 <br> 입질이 없다. 그래서 오후 3시가 좀 넘어 난 서둘러 낚싯대를 접었다. 돌아<br> 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고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 일찍 자리에서 일<br> 어나는 게 좋을 듯 싶었다.<br><br> " 아...예! 버스로 가야해서... "<br><br> " 어디 신데요? "<br><br> 그 노인은 마치 오랜 지우(知友)와 헤어지는 걸 못내 아쉬워하는 듯한 표정<br> 이었다. 낚시터에서는 정도 빨리 드는 모양이다. <br><br> " 아예... 부산입니다. 어찌 하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br><br> " 부산요!! 그럼 내깡 함께 가입시더... 내 차가 있어요. 낚시도 잘 안 되고... <br> 고마 나도 이참에 가야겠네.... "<br><br> 행여 날 놓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것 같이 주섬주섬 급하게 낚시를 접<br> 는 그 노인의 모습에 오히려 내가 더 몸둘 바를 몰랐었다.<br><br> " 낚시점 주인 말로는 오후 해질 무렵에 좀 잡힌다고 하던데... 좀 더 하시지 <br> 않고.... "<br><br> " 오데요...! 고마 갈랍니다. 한두 마리 더 잡아 뭐하겠능교. "<br><br> 그래서 난 생각도 못한 차를 타고서 집에 올 수 있었다. 그 분 집이 우리 집<br> 과 같은 방향이라서 더욱 쉽게 올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안더라도 집 앞까지 <br> 태워주실 듯한 마음이었던 모양이다. 해운대에서 기장 그리고 서생을 거쳐 <br> 이동마을과 지갯골 까지 돌아서 한번도 안 와본 월래 방파제로 들어와 날 <br> 만났다고 하니 대체 이런 확률은 어떻게 계산되어져야 하는 것인지...<br><br> 밤이 깊도록 이리저리 아무리 머릴 짜봐도 난 도무지 계산할 엄두도 내지 못<br> 했다. 연세 높은 어르신을 길거리에서 태우고 가는 것이라면 몰라도 그런 분<br> 이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서 집에 올 줄은 어찌 꿈에서라도 생각을 했겠<br> 는가. 참으로 절묘한 인연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물가에서 만나는 것들<br> 이 다 그렇긴 하지만...<br><br> 단지 아쉬운 건 집안으로 모셔서 따뜻한 차 한 잔 대접해야 하는데, 그럴 필<br> 요가 없다 하시며 이내 떠나버리신 게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한 어르신<br> 들이 계시는 한, 어쩌면 세상은 좀 더 즐겁게 살아 볼 필요가 있는 게 아닌<br> 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br><br> 감사합니다.<br><br>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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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송국유존
가슴이 따스해 집니다.<br>운영자님도 잘계시죠..?밀양서 함 뵌적이 있습니다.<br>건강하시고요..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붕어랑나랑
님의 글이 물 흐르듯이 가는군요.<br>멋진 글 이었습니다.<br>인심도 좋고, 등장인물의 설정도 좋네요.<br>다음에는 대박하십시오.
배롱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하고재비
정말 재미있는글 잘봐습니다 .  고맙습니다
착한붕어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올해 최고의 날이 되겠네요<br>나이드신 어르신과의 만남<br>멋진 추억입니다  늘 안출 하시고 행복 하세요
히말붕어
언젠가는 그분을 다시 만날날이 있겠지요.<br>그때  좀더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br>저도 우연히 낚시터에서 만난분들과  연락도하고 같이 출조도 한답니다.<br>낚시다니는한 언젠간 만나실겁니다.<br>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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