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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낚시꾼들의 다짐
붕어꾼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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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25 09:09
내 고향 정읍. 그곳에는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이 있고, 백제 견훤 이가 <br> 머물렀다는 유서 깊은 금산사가 있다. 또한 국내 유일의 지평선 평야를 자<br> 랑하는 호남의 노른자위 만경벌도 그곳에 있다. <br><br> 눈에 띠는 특별한 산업시설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고장 정읍. 그러기에 그<br> 곳 자연은 상대적으로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다. 손때 묻지 않은 크고 작은 <br> 저수지들은 곳곳에 들어앉아 있고, 드넓은 평야지대를 적히는 수많은 수로<br> 들은 그에 뒤질세라 천혜의 낚시터를 줄줄이 펼쳐놓고 있는 곳이 바로 그곳<br> 이다. <br><br> 오성못. 내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오성못도 그곳에 있다. 남도 300리 휘휘 <br> 펼쳐진 모악산 치맛자락 아래에서 천연덕스럽게 산의 가랑이를 붙들고 있<br> 는 오성못은 둑 높이가 무려 백 미터에 이르고 몽리 면적이 거의 백만 평에 <br> 이르러 흡사 댐 같은 위용을 갖추고 있지만, 그곳에서 대대로 터를 닦고 살<br> 아가는 그곳 어르신들은 그래도 그걸 못이라 부른다.<br><br>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물가에 서있고 설악엔 눈이 안 내려도 무주 진안<br> 은 내린다는 그 풍부한 수량을 머금은 모악산 기슭에 위치한 까닭에 오성못<br> 은 늘 깨끗한 물을 가득 담아놓고 있다. 그러기에 세계 최고의 수질을 자랑<br> 한다는 러시아의 바이칼호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 물이 세상에서 제일 깨<br> 끗하다고 그곳 어르신들은 생각한다. <br><br> 그 못에는 붕어가 살고 있다. 그것도 예사 붕어가 살고 있는 게 아니다. 수<br> 심 40미터를 드나들면서 힘을 길렀을 무지막지한 붕어들이 살아가고 있다. <br> 겨우 25cm 정도만 넘어도 초릿대가 물 속에 쳐 박히는 건 예사다. 그러기에 <br> 월척이 넘으면 사람을 끌고 가고 4짜가 되면 소도 끌고 간다고 하는 말이 그<br> 곳에서 속담처럼 회자되고 있다.<br><br> 수심이 깊고 산 계곡에 위치한 까닭에 오성못은 여름 낚시터다. 그 찌는 듯<br> 한 여름날. 그곳에 가 앉기만 하면 그야말로 신선이 따로 없다. 아무리 비가 <br> 내려봐도 질척거리는 게 없는 단단한 마사토. 그곳에 텐트를 설치하고 이제 <br> 막 거치기 시작한 물안개 사이에서 비춰지는 검퍼런 물결을 대하노라면 낚<br> 시를 모르는 사람들이 참으로 불쌍하게 느낄 정도이다. 물이 맑으면 낚시하<br> 는 마음도 가볍고 걸어 올려진 붕어들이 또한 사랑스러운 법. 오성못은 그래<br> 서 그 많은 고향의 수로나 저수지를 다 제치고 단연 최고의 낚시터로 내 앞<br> 에 서있는 것이다.<br><br> 그런데... 그 아름다운 오성못이 병들어가고 있다. 못을 둘러싸고 있는 산으<br> 로 길이 확장되어 말끔하게 포장이 되자 온갖 사람들이 다 그곳에 모여들<br> 기 시작한 것이다. 그 좋은 소나무 그늘에 앉아서 산세를 올려보고 그 맑은 <br> 물결을 굽어보며 남도 서편제 한 가락을 읊조리는 풍류를 즐기고 간다면 누<br> 가 뭐라 하겠는가! <br><br> 싼 소주에 눈이 뒤집혀 온 산이 울릴 정도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것도 <br> 모자라 왜 먹었던 걸 그렇게 곳곳에다 토해놓는 것인지... 또한 어디 이 뿐이<br> 겠는가! 무슨 여자들이 뭘 먹어서 그렇게 힘이 좋은 진 모르지만, 그 단단한 <br> 마사토를 한 뼘씩이나 구멍을 뚫어가며 아무 곳에서나 방뇨를 하는 것, 또<br> 한 예삿일이라 오성못은 이리저리 엉뚱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br> 잘거리며 잘 미끄러지는 마사토를 오르는 데 그런 구멍들이 요긴하게 쓰이<br> 긴 하지만... 쩝! <br><br> 낚시꾼들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그 오성못 물은 그곳 사람들이 대<br> 대로 식수로 사용해 왔다. 딱히 그게 아니더라도 그렇게 맑은 물이 있으면 <br> 스스로 아끼고 조심해야 하는데, 물결이 모이는 구석구석에는 보이는 게 모<br> 두 떡밥 봉지고 떠다니는 게 모두 지렁이통이며 가스통이다. <br><br> 사람들에게 많이 안 알려진 시절의 오성못이 그립다. 물론 지금도 타지역에 <br> 비하면 정읍 지역은 그래도 낚시의 처녀지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곳이 <br> 그 모양이데, 번잡하게 온갖 꾼들이 설치는 다른 지역의 낚시터는 오죽하겠<br> 는가! 참으로 안타깝고 아까운 일이 아닐 수없다.<br><br> 새해가 가까워졌다. 사람마다 비는 소원이나 생각하는 계획들이 다 다르겠<br> 으나 우리 낚시꾼들이 해야 할 또 하나의 공통된 다짐은 소중한 우리의 자<br> 연을 아끼고 우리의 낚시터를 지켜보겠다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br><br> 우리 낚시 동호인 여러분들의 가정에 만복이 깃들고 하시고자 하는 일 다 잘<br> 되길 비 오며 건강한 마음과 튼튼한 몸을 언제나 유지하시기 바라옵니다.<br><br> 감사합니다. <br><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