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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놓친 선암지의 대물(?) -2-
붕어꾼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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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7
2003-11-26 19:32
세상에는 우리가 미처 알 수 없는 온갖 설움이 있을 것입니다.<br> 하지만 초보 낚시꾼이 겪는 설움만큼 독특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br> 이건 통계청의 조사 자료가 없어도 모두가 다 인정하는 것이지만, <br> 사실 낚시터에서 쓸만한 고기를 잡는 것은 대부분 초보 낚시꾼인 경우가<br> 많습니다. <br><br> 하지만 초보꾼들이 고기를 잡으면 그건 일단 운으로 잡았다고 베테랑꾼들은<br> 단정합니다. 또 같은 크기의 고기를 잡더라도 베테랑(주로 자칭인 경우가 많<br> 음)이 잡은 것과 초보가 잡은 것과는 설명 할 수 없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br> 니까 좋은 포인트는 함께 간 베테랑꾼들이 다 차지해 버리고 제일 어설픈 <br> 포인트, 이것도 남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그런 자리에 대게 초보 낚시꾼들이 <br> 앉게 됩니다. 그런 곳에서 만약 제법 토실한 고기를 낚아내면 베테랑꾼들은 <br> 주저하는 법 없이 정신 상태가 좀 이상한 고기라느니 불량 끼가 있는 고기<br> 라느니 하면서 그런 고기는 잡으나 만나하다는 듯한 눈치를 줍니다. 그러기<br> 에 초보시절에는 상당한 대어를 잡았다손 치더라도 어디에 들어내놓고 자<br> 랑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괜히 쭈뼛쭈뼛 하면서 주위 눈치를 보게 <br> 됩니다.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게 있지나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br><br>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게 다 초보꾼들의 설움인 걸요. 분명히 고기는 <br> 잡았는데, 그게 무슨 이유로 잡힌 건지 설명을 할 수 없는 초보꾼들 입장에<br> 서는 그저 베테랑들이 말하는 거 데로 울며 겨자 먹듯 인정할 수밖에 없습<br> 니다. 소위 낚시 베테랑이라는 사람들은 봄에 고기를 잡으면 산란기에 있어<br> 서 수초가 어떻고 저떻고, 또 여름철 밤낚시에서 잡은 고기는 수온에 따른 <br> 수심층이 어떻고 저떻고 하면서 고기가 잡히는 이유를 다 설명하는 경우가 <br> 있습니다. 그게 붕어들 입장에서 보면 웃기는 일일지 모르지만, 초보꾼들 입<br> 장에서는 그야말로 탄복할만하죠. 물 속 사정을 모르기는 초보 낚시꾼이나 <br> 베테랑 낚시꾼이나 다 같을 건데, 사실 초보꾼들이 보기에는 베테랑꾼들은 <br> 모르는 게 없는 듯 보이거든요. <br><br> 우리가 앉은 언덕 위에는 비석도 없는 묘지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 막 뛰<br> 쳐나온 듯한 남루한 행색에도 불구하고 물길을 둘러보는 형형한 눈빛과 범<br> 상치 않는 분위기로 미뤄봐 그가 굳이 베테랑꾼 입네 말을 안더라도 당시 <br> 초보였던 제 눈에는 그가 틀림없이 최절정의 낚시 고수라고 한 눈에 단정했<br> 습니다. 그래서 그런 고수들 앞에서는 몸가짐을 조심야하고 언행에 있어서<br> 도 각별해야 할거로 짐작했습니다. 그래야만 뭐라도 하나 배울 수 있다는 생<br> 각에서 그러했습니다. <br><br> " 대대로 이곳에 뼉따귀를 묻고 있는 내게 있어서 이 저수지 내력을 나만큼 <br> 알고 있는 사람도 없실끼구먼... "<br><br> 이러한 최절정의 고수을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감개가 무량하거늘, 그 사<br> 람 말에 무슨 토라도 달리 달 수 있겠나요. 숱한 말로 까라면 어쩔 수 없이 <br> 까야한다는 게 당시 제 생각었습니다. 허름한 촌 노인이게 가진 예를 다 갖<br> 춰서 굽실거리는 저를 곁에서 괴이하게 바라보는 집사람은 당시 무슨 생각<br> 을 했는지 모릅니다. 낚시라는 것은 이렇게 배워가는 것이로구나 하고 짐작<br> 을 했을지도 어쩌면 모릅니다. 사실 우리의 낚시 현실은 낚시를 제대로 <br>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낚시터에서 본 선배 낚시꾼들을 <br> 보고 배우는 수밖에 달리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운이 좋은 사람은 <br> 그래도 정신이 올곧은 선배 낚시꾼을 만나 진짜 정도(正道) 낚시를 배울 수 <br> 있지만, 그런 일은 너무도 귀하고 드문 일입니다. 그러기에 오늘날 우리의 <br> 낚시터 현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바로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닙니다. 제도<br> 권 밖에서 이루어지는 낚시 사교육(?). 이게 어쩌면 우리의 낚시 여건을 황<br> 폐화시키는 주범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br> <br> <br> " 얼마 전에 시내 어느 교수가 두 자 가까운 붕얼 여기서 낚았제... 그카고 여<br> 그는 이따만한 잉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어른 팔뚝만한 짱어! 그 짱어란 <br> 넘이 있능기라...!! " <br><br> 그 할배는 눈 하나 깜박이는 법도 없었습니다. 애써 양팔을 벌려가며 진지하<br> 게 설명하는 모습에 초보인 저는 그저 숙연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br> 그렇게 큰 잉어나 장어를 잡아서 무엇에 쓸 것인지도 모르고 전 그때 그런 <br> 고기를 한번 잡아 봤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마철에는 가볍<br> 게 낚시를 즐기고 돌아가야 하는 데도 말입니다.<br><br> " 여그선 시중에서 사온 떡밥만으론 힘들고 떡방아간에 가 들깨. 기름 안 <br> 뺀 통 들깨와 겉보릴 적당하게 볶아서 가루로 만든 다음 그걸 솥에 넣고 푹 <br> 삶아서 준비해야 하제... 물론 그거만으론 찰기가 부족하니 삘건 떡밥을 조<br> 금 섞어서 맞춰야 하고, 그카고 지렁이는 가만...!! "<br><br> 본격적인 낚시 비법을 듣고 있노라니 저수지 안에 있는 모든 고기들이 금방 <br> 손에 잡힐 듯한 착각이 저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진지하게 낚시 방법<br> 을 설명하던 그 할배가 갑자기 쏜 살 같이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습니다. <br><br> " 자! 한본 바바 지렁이는 이걸 쓰야혀... "<br><br> 그리고 한참 뒤. 비료 포대에 소 거름과 함께 넣어온 그 산 지렁이. 그건 지<br> 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크고 굵었습니다. 어떤 건 거의 새끼손가락 굵기 <br> 정도는 되었는데, 싱싱하다고 해야 할 진 모르지만, 푸른빛을 번득거리며 재<br>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남자인 저에게도 당시엔 섬뜩했습니다. 물론 뭘 가져<br> 온 건가 하고서 곁에서 기웃거리던 집사람은 몸서리 칠 정도로 자지러졌지<br> 만... <br><br> " 이 지렁일 달아바바! 거 되먹지 않은 떡밥일랑 다 집어치우고... "<br><br>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진짜 낚시 베테랑 같은 할배의 영(令)이니만큼 따<br> 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할배가 말한 떡방아간식 밑밥은 바로 준비 할 수 <br> 없는 일이고 우선에 그 큰 산 지렁이를 달아보기로 했습니다. 그 일이 있는 <br> 뒤로 집사람은 낚시에 대해서 조금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br><br> 떡밥에는 그렇게 잦은 입질을 보이던 향어나 잉어들의 반응은 거짓말처럼 <br> 뚝 끊겨버리고 대신 피라미 입질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큰 지렁이를 공격하<br> 는 건 역시 피라미들이 맨 처음었습니다. 올라오지도 않고 투투둑 거리는 입<br> 질. 참으로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br><br> " 뒷 고리를 단디 해놓아 해... 안 그라모 낚싯대까지 잃어버리기 십상이<br> 제...!! "<br><br><br> * 짧게 쓰야 하는데 자꾸 길어지네요.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다음 편으<br> 로 또 넘겨야 할가봐요. 거듭 죄송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