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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cm붕어를 잡고서...(2)
붕어꾼
안내
12
3,048
2003-11-14 11:22
<br> 이어서....<br><br> 그러니까 저녁 5시 무렵이었다. 그곳에 도착한 것이 점심 시간이었으니 <br> 무려 5시간의 기다림 속에서 처음 입질을 받은 것이다. 둔탁한 입질이라<br> 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아주 섬세하고 조심스런 입질이라고 해야 할지...<br><br> 찌는 그렇게 조금, 겨우 두 마디 정도 올라 왔었다. 평상시에는 그렇지 않은<br> 데 유독 운전대만 잡았다하면 주체 못하는 조급증. 신호등 아래에서 앞차가 <br> 불이 바꿨는데도 조금이라도 미적거리면 그냥 경적을 울려 데며 입가에 게<br> 거품을 물고 거의 발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던 내지만, 정작 붕어들의 입질<br> 에는 5시간이 아니라 50년도 끔쩍하지 않고 기다려 줄 마음의 자세가 된지 <br> 오래다. <br><br> 그게 다 월척을 향한 간절한 소망에서 비롯되었다는 건 다시금 말할 것도 없<br> 다. 그러기에 릴 낚시꾼이나 방울 낚시꾼들 그리고 기타 잡다한 낚시꾼들과 <br> 대판 싸워 볼 맘도 없잖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부글거리는 마음을 애써 달<br> 래고 또 달래가며 기다려 주었더니 내게 그런 황홀한 입질이 온 것이다. <br><br> 곧바로 이어지는 챔질. 아니나 다를까 묵직한 손맛이 거침없이 곤두박질치<br> 는 32칸 낚싯대 허리를 타고 전해진다. 사실 그 웅덩이를 찾아간 이유는 그<br> 곳에서 50cm가 넘는 떡붕어와 미터급 잉어가 우글거린다는 1급 첩보(?)를 <br> 접수했기 때문인데, 그런 곳이면 틀림없이 엄청난 크기의 토종 붕어도 분명<br> 히 있으리라는 강한 추측이 되어졌던 것이다.<br><br> 물 속에 쳐 박혀버린 초릿대도 그렇지만, 힘의 한계점에 이르러서야 들린다<br> 는 낚싯대 마디마디의 삐걱거림. 이런걸 미뤄봐 이건 어지간한 크기의 고기<br> 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잉어가 되었던 붕어가 되었던지...<br><br> ' 팅~~~~~~~~~~~!!!! '<br><br>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1초는 칠팔월 팽나무 그늘<br> 에서 반나절 세상 모르게 늘어져 자는 시간보다 더 길다고 했으니, 물론 이<br> 게 내 착각일 테지만, 모르긴 모르되 내 생각에 몇 년은 족히 된 듯한 순간. <br> 내 낚싯대가 허망하게 허공에서 그 무거운 허리를 곱게 펴버린다. 두 개의 <br> 바늘이 볼상 사납게 펴져 있었다. 완벽한 패. 얼굴이라도 한번보고 그랬었다<br> 면 또 모른다. 그게 붕어인지 잉어인지 아니면 우리가 미처 생각도 못한 또 <br> 다른 고긴지 알지도 못하고 놓치고 말았다.<br><br> 잉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방울 낚시를 하던 사<br> 람이 연거푸 제법 큰 잉어를 네 마리 째 올렸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더욱 짙<br> 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게 정말 붕어였다면... 생각만 해도 허벅지가 덜덜<br> 거린다.<br><br> 밤이 깊어지자 잡꾼(?)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은 모<br> 두가 민장대 낚시꾼들 뿐. 물론 그 뒤로 두어 명의 민장대꾼들도 더 왔었다. <br> 케미라이트가 마치 유료 낚시터와 같이 곳곳에서 밝혀지고 제법 그런 대로 <br> 낚시터 같아 보이긴 했지만, 주변에서는 아직도 공장에서 나는 프레스 소리<br> 며 음식점에서 들리는 왁자지껄한 소리 등으로 호젓한 낚시터와는 거리가 <br> 있었다.<br><br> " 여긴 주변이 좀 소란스러워야 입질이 잦지...! "<br><br> 그곳 낚시터를 수년간 파고 있다는 어느 분이 내게 귀뜸을 해주었다. 주변<br> 이 조용해지면 오히려 더 입질이 안 된다고 한다. 시끄러운 곳에서는 그런 <br> 것에 익숙해진 고기들이 주변이 쥐 죽은 듯 고요해지면 괴이하게도 더 불안<br> 해지는 모양이다. 고기의 마음을 어찌 다 우리가 헤아릴 수 있을꼬! <br><br> 밤9시가 넘어가는 시각. 저녁 무렵 그 아쉬움 뒤로는 전혀 움직일지 모르던 <br> 내 찌가 다시금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가로등 불빛에 어려서 찌 보기<br> 가 무척 힘들었지만, 분명히 입질이 온 것이다. 바늘을 조금 큰 것으로 바꿨<br> 기에 다소 안심은 되었지만, 이 순간이 낚시꾼들에게 주는 불안감은 사실 와<br> 이어 로프로 줄을 달았다 해도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br><br> 다시금 두 번째 챔질. 낚시터에서 이렇게 챔질을 못해본 것도 드물다. 그마<br> 만큼 이 웅덩이는 입질 받기가 어렵다. 물론 다소 수심이 낮은 곳으로 자리<br> 를 잡으면 심심찮게 강 준치라는 놈이 물고늘어지지만, 수심이 3m에 육박하<br> 는 곳에서는 그마저도 없다. 그러기에 그런 곳에서 입질만 받았다하면 예사 <br> 물고기가 아닌 것이다.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라고 해야 할 것이다. <br><br> 아니나 다를까! 저녁 때 맛봤던 손맛에는 다소 뒤지지만, 역시 둔탁하게 움<br> 직이는 모양세가 아주 예사롭지 않다. 찌까지 끌고 들어간 상태에서 본 줄<br> 만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몸놀림이 아주 환상적이다. 그렇게 강하게 낚싯대<br> 를 꺾어서 낚싯대 마디마디에서 관절 부러지는 소리를 나게 하는 것도 아닌<br> 데 좀처럼 얼굴을 볼 수 없다. 그 깊이에서 조금도 올라올지 모르고 버티는 <br> 것이다. <br><br> 쭈래기.....!! 작은 잉어가 아닐까 싶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물 위로 띄<br> 웠나 싶었는데 곧바로 물 속으로 째는 순간, 잉어 같은 어체가 언뜻 달빛에 <br> 반짝였기 때문이다. 다시금 낚싯대를 활처럼 휘어놓고 놈은 물 속에서 강하<br> 게 버틴다. 조금 뒤, 두 번째 물 위로 녀석을 띄웠다. 하지만 그때도 붕어인<br> 지 잉어인지 분명치 않았다. 그 뒤로 여러 번 물 위에 띄웠는데도 계속해서 <br> 놈은 물 속에 곤두박질친다. 녀석의 힘이 가히 장사 급이다. <br><br> " 붕어입니다. 그것도 토종 붕어... "<br><br> 옆에 있던 낚시꾼이 도와 겨우 모래톱에 올려진 녀석은 분명히 붕어. 그것<br> 도 비늘 하나 상한데 없는 깨끗한 토종 붕어가 아닌가!! 4짜라는 생각이 들<br> 었다. 난 월척 조사를 뛰어넘어 이제 4짜 조사가 되는가 싶어서 기분이 얼<br> 떨떨해졌다. <br><br> 그 즉시 난 그곳에서 철수를 했다. 더 무엇을 바랄게 있으랴! 집에 와 계측해<br> 보니 37cm. 비롯 그게 4짜는 아녔지만, 당당히 월척이 아니던가! 그래서 난 <br> 월척 조사가 되었다. 이른 봄 월척 한 마리 잡아 보려고 삼천포의 서택지에<br> 서부터 두량지 금호지 그리고 창녕의 달창지 상길지 유리지 번개지 등, 그 <br> 이름난 저수지를 헤매고 다녔지만, 정작 내게 월척을 안겨 준 곳은 그야말<br> 로 시끄럽고 초라한 그 웅덩이다.<br><br> 그 뒤로 두어 번 그곳에 갔었는데, 엄지손톱 만한 비늘 하나를 올린 적도 있<br> 었다. 그게 만약 붕어라면 그건 분명히 4짜일 것이다. 37cm 월척 붕어의 비<br> 늘을 3개 보관해 두었는데 그게 말라서 약간 뒤틀렸긴 하지만, 그래도 엄지<br> 손톱에 비하면 턱없이 작았다. <br><br> 부산에서 너무 가까운 곳이며 겨우 500평 남짓한 크기의 웅덩이. 그곳에는 <br> 또 다른 무슨 기록어가 숨어 있을까? 날이 추워지면 깊은 곳으로 고기들이 <br> 모이는 법. 내 이 다음에 4짜를 그곳에서 잡으면 모든 회원들에게 그 웅덩<br> 이 위치를 자세히 알려주려 한다.<br><br> 월척조사 김씨.<br><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