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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은 아무나 하나~
붕어꾼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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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9
2003-05-08 10:57
무성했던 지난 해 수초들이 곰삯 듯 내려앉은 육리 저수지. 모든 것들이 <br> 본 게임에 앞서 숨이라도 고르는 듯, 고요하기만 하다. 이따금 어설푼 롱다<br> 리로 비척거리면서 수초 사이를 기웃거리는 키 큰 물새(이름 모름 ㅠ.ㅠ) 만 <br> 아니라면 이 저수지의 빈틈없는 고요함은 나로 하여금 질식마져 시켰을지 <br> 모른다.<br><br><br> 한 칸대에 올라 온 4짜들의 격렬함이라 든지, 허파로 숨을 쉰다고 우기던 동<br> 네 후배놈의 주장이 맞기라도 하듯 심심찮게 수초틈에서 뻑뻑거리는 초대<br> 형 가물치들의 능글맞은 능청도 아직은 그져 잠잠하기만 하다. <br><br><br> 그런 저수지에 나 홀로 앉아 있노라면 기분 마져 묘해진다. 삼라만상 모든 <br> 번뇌에서 빠져나와 물가에 앉았지만, 오히려 내 곁에는 더 큰 잡념이 스믈거<br> 리는 통에 낚시에 집중이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역시 난 낚시꾼들 사이에서 <br> 부딪기고, 바람에 날린 모래로 서걱거리는 라면을 끓여 먹더라도 아는 벗들<br> 과 함께 물가에 와야 하다는 생각이 자꾸든다. <br><br> 지렁이 다섯 마리를 한꺼번에 바늘에 꿰었다. 자리가 좁다고 각도없이 버둥<br> 거리는 그들이 내 눈에는 더 싱싱하게 보인다. 아마 붕어들 눈에도 내 생각<br> 과 그다지 차이가 없을 거다. 마른 갈대가 울타리처럼 쳐져있는 사이에 살<br> 짝 낚시대를 드리웠다. 그리고 그만이다. 이제부터의 몫은 내가 할 일이 아<br> 니다. 난 그져 한 눈 팔지 않고 찌만 바라보면 되지만, 붕어들의 절묘한 엑션<br> 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자주 하느냐만 남았다.<br><br> 그러길 한참. 던져진 찌에는 별 움직임이 없다. 분명 지렁이들이 문제일 것<br> 이다. 그래서 들어올린 낚시바늘. 아니나 다를까 지렁이 놈들이 무슨 의기투<br> 합이라도 했는 듯, 마치 죽은 것들이냥 축 늘어져 있다. 지렁이들도 진화를 <br> 하는 모양이다. 분명 위급함을 알고 철저하게 위장을 하는 것 같았다.<br><br> 손바닦에 올려놓고 툭툭치니 이내 쇼생크 탈출 흉내라도 내는 듯 필사적으<br> 로 꼼지락거리며 싱싱해진다. " 나쁜놈들 같으니... 네놈들이 붕어들은 속일<br> 지 몰라도 난 어림도 없다. " 다시 던져졌다.<br><br> 찌톱만 살짝 보이는 물가에는 그져 잠잠하다. 조금씩 반질거리며 쏟아 오르<br> 는 새싹들이 줄기차게 내 눈길을 사로잡으려 하지만, 난 한 순간도 찌톱에<br> 서 내 눈길을 떼지 않는다. 그러길 잠시. 이윽고 살아 움직이는 듯 찌가 둔탁<br> 하게 굼실거리는 가 싶더니만, 아주 천천히 쏟는 게 아닌가!<br><br> 붕어들의 절묘한 엑션이 시작된 모양이다. 그럼 난 그에 반응을 지체없이 해<br> 야한다. 왜냐면 이때부터가 내가 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스넵식 <br> 챔질. 허~! 그런데 그 챔질 뒤에 전해지는 묵직한 손맛과 갈대 사이로 째려<br> 는 붕어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제법 큰 붕어였다. 1.75호 목줄의 반강<br> 제 집행으로 끌려나온 27cm 황금빛 붕어. 오늘 내가 아무래도 뭔 일을 낼 것<br> 만 같은 느낌이 막든다. 그게 낚시꾼들의 늘 환상이지만...<br><br> 사실 여기 육리 저수지는 크기는 4~5만평 되는 중형급 저수지만, 늪지형이<br> 라서 저수지 가운데가 깊은 게 아니라 포크레인으로 물줄기를 판 발밑이 <br> 더 깊은 곳이다. 저수지에는 온통 줄풀들로 덮혀있다시피 해 긴 낚시대 보다<br> 는 짧은, 이를테면 한 칸에서 두 칸 사이의 낚시대가 딱 제격이다.<br><br> 첫 수에 27cm 붕어라... 일이 이쯤되면 낚시꾼들은 없던 부지런함도 생기는 <br> 법. 괜스럽게 난 떡밥을 준비했다. 마치 객들을 기다리는 선술집 주모의 정<br> 성과 같이, 하지만 어찌 그런 정성이 낚시꾼들이 붕어에 대한 정성에 견줄 <br> 수 있으랴... 겨우내 몸이 좀 허약해지지나 않했으까 싶어서 아주 무르게 전<br> 복죽 끓이듯 떡밥을 준비했다.<br><br> 시절을 붕어들은 이미 알고 있는 모양였다. 떡밥을 달아넣자 잔 붕어들이 벌<br> 써부터 피래미 역활을 자쳐하고 나선다. 세상 이치를 다 꿰뚫고 살기라도 하<br> 는 듯한 인간들 못잖게 붕어들은 물속에서 벌써 시절을 다 읽고 있었던 모<br> 양이다. <br><br> 아무도 없는 텅빈 저수지에서 난 그렇게 붕어들과 봄 연가 같은 한 편의 영<br> 화를 찍고서 돌아왔다. 붕어들이 있어서 번잡한 속세를 잊을 수 있는 우린<br> 네 낚시꾼들은 산사에 면벽을 업으로 살아가는 고승들과 다를 게 뭐 있으<br> 랴! 붕어의 등줄기를 타고서도 득도의 반열에 들어설 수 있는 게 우리들인 <br> 거 같은 착각을 일삼으며 늘 물가를 서성이는 게 즐겁지 아니한가!! <br> 남관셈~~!<br><br><br> 감사합니다.<br><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