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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곳에서의 하룻밤 2
수변낭보
일반 12
2,738
2003-05-07 11:44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옆 조사님들의 시선은 나의 찌에 모두 집중되고<br>찌가 힘차게 솟아오르는 것과 함께 한숨소리도 깊어진다. 그 중 한 분은 아예 내 자리에 와서 상황파악에 나선다. 떡밥 약간 떼어 냄새도 맡고 손으로 비벼보고 버려둔 떡밥봉지도 예리하게 째려본다. 그러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쓰는 떡밥은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일반 떡밥이었으니까......(1000원짜리)<br>갑자기 애처로운 생각이 든다. 그래!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지 그때 얼마나 열받았는지...... <br> 나: 옆자리에 앉아서 같이 하시지요.... (그러나 자리가 없다. 그냥 해본 소리다) 그런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받침대 하나 들고 내 자리로 이동한다.(허- ㄹ) 할 수 없이 나의 3.0대를 조금 더 왼쪽으로 틀고 자리를 억지로 하나 낸다. 거의 두 사람의 채비가 한사람의 채비인양 간격이 붙었고 따라서 몸도 같이 붙었다. 누가 보면 아주 다정한 조우사이인 것 같았으리라...<br>채비를 모두 마치고 비로소 고맙다는 인사를 어색하게 건낸다. 역시 황금의 포인트라 이내 입질이 온다. 말로만 듣던 지그재그 입질이다. 나 한 번 옆조사님 한 번 또 나 한 번 그렇게 입질이 연결되고 붕어들은 속속 살림망으로 ....<br>도라이 낚시를 설파하던 그 조사님은 낚시를 거의 포기한 상태였으나 내자리에는 더 붙을 자리가 없다. <br>하염없이 우리의 낚시장면을 보고만 있다. (속으로 그래 내가 죄받은 거여..... 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오히려 미안하고 어색하다. 그래서 입질이 상대적으로 못한 나의 3.0 대를 걷어버리고 또 한자리를 내 준다. 존심인지 미안함인지 그렇게 서두르지도 않고 내옆자리에 채비를 마친다.<br> 이제 이상한 낚시가 시작된다. 세 사람이 모두 바짝 붙어서 대를 하나씩 꿰차고 일어섰다 앉았다. 이런 낚시는 또 처음이다. 그러나 입질은 여전히 환상적이고 고르다. 옆자리의 찌올림까지 챙길 정도로 올림이 여유롭다. 이렇게 낚시는 계속되었고 밤 12시가 지나고 찬 바람이 산쪽에서 계곡쪽으로 터지기 시작하자 입질은 끊겼다. 거짓말같이 끊겼다. <br>그제서야 시장기가 갑자기 몰려온다. 같이 라면을 끓이고 조용히 삼겹살을 굽는다. 누가 뭐랄것도 없이 스스럼없는 잔이 돌려지고 뜻밖의 조황에 이슬이의 취기마져 낭만스럽다. 정겨운 조담은 때늦게 구름사이로 나온 달만큼 풍성하였다. <br><br> 다음날 캐미 불빛이 아직은 고마울 이른 시간에 다시 낚시를 시작하였다. <br>솟는다. 챔질 이런 피리다! 아 공포의 합천호 피리가 이제야 자리를 잡았구나 어제는 붕어들의 덩치에 눌려 먹이활동이 뜸하다가 붕어들이 나간 자리를 이놈들이 차지하였구나.... 계속 피리의 공격은 계속된다. 해가 뜬다. 물안개가 온 합천호 수면을 핥고 지나간다. 찌가 솟는다. 피리 또 솟는다 피리..피리... 피라미(일반 피리보다 엄청 큰놈)<br>아침에 포인트에 도착한 꾼들이 우리의 이런 이상한 낚시 모습에 아연해 한다. 그러나 이내 경약한다. 아무런 코멘트도 설명도 필요가 없다. 그저 살림망이 모든걸 말해주니까..... 흐흐흐<br>오전 10시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는 장비를 챙겼다. 오늘 하루 더 낚시를 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월급쟁이의 애환이 이런 것인가 보다<br>서울 조사님들이 친절하게 나를 배웅까지 해 주신다. 물론 그 시점에서 모든 포인트의 권한은 서울 조사님들에게 양도되었다.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그러나 좋은 포인트를 물려받고 또 주었다는 사실보다 더 진한 조사들끼리의 감정교류 때문에 아쉬움은 배가 되는 것 같았다. 합천호를 멀리 두고 엑셀을 밟으며 나는 아직도 인생은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평범한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먼길을 서둘렀다. <br><br>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r><br>
Comments
붕신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사랑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수변낭보
수변낭보입니다.<br>별로 잘 쓰지도 못한 저의 조행기에 이렇게 리플까지 달아주시니 <br>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br>착한붕어님, 손광희님, 열쇠맨님. 민물찌님, 가시버들님, 납자루님, 맹물님.<br>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익히 알고 또 정겨운 이름들입니다. <br>언젠가 가시버들님의 말씀처럼 이름모를 계곡지에서 우연히 만나<br>소주잔 기울이면서 목긴 노루의 울음에 같이 취해보고 싶습니다.<br>건강하시고 안전한 출조 기원합니다.<br><br>수변낭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