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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11 백록담에는 붕어가 살지 않아요.

나그네 3 3,026
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11 백록담에는 붕어가 살지 않아요.


흔히들 하는 이야기로 놀고먹는 사람을 백수라고 하고, 요즘은 여성도 직업을 가지는 것이 보편화 되다보니 실업상태인 젊은 여성은 백조라고들 표현 합니다.

오십이면 아직은 한창 일해야 하는 나이인데 사오정이니 오륙도라고 하면서 오십 초반에 다니던 회사에서 잘라버리고 나니 칠십 노인들 같이 경노당이나 공원벤치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 형편도 못되고, 집에만 박혀 있자니 아내 눈치, 자식들 눈치가 무서워 차마 그러지도 못하여 오갈 곳 없는 신세가 되어버려 IMF초기에나 있었던, 이웃들 눈이 무서워 아침에 출근하는 듯이 정장 차려 입고 집을 나서서 산 아래 주차장에서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산행으로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거나 낚시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세월을 낚이는 분들이 근래에도 의외로 많습디다.
저는 이분들을 백로라고 표현 합니다.
백로 여러분 힘냅시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희고 흰 깃에 검은 때 묻힐세라 진실로 검은 때 묻히면 씻을 길이 없으리라.’ 백로끼리 노닐자면 백로 연합이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싶군요. 활동력 있으신 분, 전국 백로 조우회 하나 창설해 보세요. 적극 도우겠습니다.

2002년 11월 일본의 다** 라는 회사에서 자사필드들을 모아 제주에서 낚시대회를 한다며, 그동안 한국인으로서 필드로 활동해준 감사의 뜻으로 아내와 동행하여 참석하여 감독관으로 계측 및 경기 진행을 도와 달라며 왕복 항공권 두 장과 체류비용 전액지급을 제의해왔습니다.
아내를 오랜 동안 토요과부 만든 것에 대한 사죄를 공짜로 할 기회가 생겼는데 안갈 수가 있나요. 즉각 승낙 하였죠.
그날 이후 무척이나 행복해 하며 출발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아내를 보니 그동안 변변찮은 나들이 한번 못시켜준 것이 무척이나 미안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대회가 성사되기 일주일전 다** 회사가 한국보다 더 어려운 일본 조구업체들의 불황에 직격탄을 맞아 부도위기에 몰려 대회가 무산되어 버렸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해외 (제주도 바다 바깥쪽이니 해외인 것은 사실이죠) 여행을 한다며 좋아하는 아내에게는 차마 이 말을 못하겠고 기왕지사 마음먹은 바다낚시를 가는 셈 치고 자비로 5박6일의 스케줄을 잡아 제주로 출발 하였습니다.

제주에 도착한 첫날부터 이곳에서 관광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외사촌 동생 녀석이, 형은 제주에 자주 와서 이곳저곳 둘러 봤으나, 형수는 제주에 처음이라 제대로 구석구석을 봐야 한다며 봉고차를 한 대 끌고 와서는 정말로 제주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는데, 4일간을 준비해온 낚시대 한번 펴 볼 시간을 주지 않더군요.
덕분에 제대로 된 제주 관광할 기회를 가지게 되긴 하였습니다만 그래도 낚시꾼의 심중이 어디 그렇습니까?
동생이 마지막 날 한라산 등반을 제의해 오기에 5일째 되던 날은 내일 한라산 정상까지 가려면 하루는 집에서 쉬어야 한다며 아내를 살살 꼬두겨 외사촌 네 집에 발을 묶어 두고는 가까운 방파제로 출조를 나갔습니다.

하늘도 무심하진지 방파제에 도착하여 낚시대를 펴자마자 폭풍이 몰아치는데 대 한번 제대로 던져 보지도 못하고 철수하여야 할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내 복에 무슨 낚시람’ 쓰라린 마음을 속으로 새기며 동행 출조한 외사촌 자형이랑 방파제 인근의 횟집으로 가서 수족관에 담긴 고기에다 낚시대를 담그고는 미끼를 물고 나오는 녀석들을 회를 쳐서 술이 거나할 정도로 마시는 선에서 제주의 낚시는 종료되었습니다.

마지막 날
새벽 5시 한라산 등반을 위하여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안내판에 소요시간이 10시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야 누구 잡을 일 있냐? 왜 이리 먼 길로 잡았어? 짧은 코스도 있는데.” 하며 동생에게 질문을 던지니 “자연휴식년제 때문에 올해는 등산코스가 이곳만 열려있어서 다른 코스는 이용할 수가 없다”는 답변입니다.
“형 천천히 올라와, 진달래 산장에서 만나.” 라는 말을 남기고는 관광가이드로 단련된 몸을 이끌고는 달리듯이 산길로 올라가버리고 아내와 나는 등반을 시작 했습니다.

다행히 아내는 적당한 사이즈의 등산복을 빌려서는 의관을 갖추고 출발한 길이었으나, 형제들 모두가 저보다 체격이 작아 마땅하게 빌려 입을 등산복도 없고 해서 준비해간 낚시복 내피만 입고, 트라이포트용 팰트화를 신고 감행한 등산길에 주변 눈길 참 많이 받았습니다.

등반시작 1시간도 채 안되어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무릎이 욱신거리며 쑤셔오기 시작합니다.
“여보, 나 다라가 아파 도저히 못 올라가겠다며” 풀썩 주저 않는 저를 보고 “빨리 가지 말고 천천히 올라가요” 라며 주변의 나뭇가지 두개를 주워 딱 지팡이만한 사이즈로 잘라 양손에 쥐어 줍니다.
이건 끝까지 가 보자는 무언의 시위인 것을 느끼고는 잠시 쉬었다가 지팡이에 의지한 채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어찌 어찌하여 남들은 5시간이면 오른다는 정상을 근 8시간 가까이 걸려 오르고 보니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을 애이듯이 불어대는 칼바람 속에서 동생이 들이대는 카메라 앞에서 아내와 모델 노릇도 하면서 잠깐의 여유를 즐기다가 정상에서 백록담 분화구를 내려다보니 얼마정도의 물이 얼어 있음이 보입니다.
저만큼에 내려가는 길 같은 것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기에 이곳까지 악착같이 끌고 온 아내에게 심통도 나고 해서 “당신은 여기 잠깐 있거라. 나는 저 길로 내려가서 붕어가 있는지 없는지 한번 보고 올게” 하고 한마디 슬쩍 던져보니 아내의 입에서 즉시 답이 돌아옵니다.
“백록담에는 붕어가 살지 않아요. 가봐야 헛일 이예요.”
“붕어가 사는지 안 사는지 어찌 아는데?”
“전에 텔레비전에 나왔어요”
“그래? 나는 본적이 없는데...”
“당신이 언제 텔레비전 앞에 않아본 적 있어요? 허구한 날 낚시나 다니면서”
여기 까지 대화가 이어지자 나로서는 ‘진짜로 백록담에는 붕어가 안 사는가?’ 라는 의문만 가지면서 ‘하긴 오기로 그래봤지 내 다리 상태로 어찌 저기를 내려간 담’ 이라 생각하고 아내에게 꼬리 내려 버렸습니다.

나중에 조우들에게 이야기 하면서 “진짜로 백록담에 붕어 없다고 텔레비전에 나왔냐?”고 물어 보았더니“등신 니가 제수씨한테 속았다.” 라며 절 등신 취급을 하더군요.

하산 길
지팡이에 의지하여, 오르는 길보다 더 힘겹게 내려가고 있는데 20 중반쯤 되어 보이는 아베크족이 힘겨워 하는 여자친구를 부축하며 내려가다 나를 추월하여 저만큼 가서는 여친 에게 한마디 하는 것이 외 제 귀에 들린단 말입니까?
“봐 저렇게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도 등산 잘 하잖아. 힘내봐 조금만 더 가면 주차장이야.”

그날 저 본의 아니게 양손에 지팡이를 쥐고 한라산 등반을 마친 씩씩한 장애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굳건히 장애를 이겨내면서 일반인보다 더 훌륭한 사시는 분들 참 많이 있습니다.

이분들 모두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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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구름
^-^
히말붕어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백록담에  붕어 몇마리 방생하고 오까요~...
김종현
ㅎㅎㅎ
즐거운 제주도 여행 입니다
백록담 붕어 구경시켜주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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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8 그건 내고기 인데 댓글3 나그네 05-12 20:51 2977
86 와~ 참 많이 바뀌었네 댓글5 정찬수 07-15 13:31 3011
열람중 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11 백록담에는 붕어가 살지 않아요. 댓글3 나그네 07-04 00:36 3027
84 물안개 댓글4 개기 05-10 14:11 3027
83 (새 연재) 고망태의 낚시여행 1 댓글3 나그네 06-17 22:22 3049
82 초보자에 에로 댓글5 백승한 02-06 11:15 3073
81 이제는 말할수있다 댓글2 붕어세상 03-07 23:27 3085
80 백암소지에서 하루밤을보내고........^*^ 댓글10 붕어와춤을...... 07-24 19:44 3113
79 완전히 새됐네!!!!! 댓글5 갈겨니 06-06 16:54 3124
78 그림을 바꿉니다 댓글3 개기 05-10 14:13 3147
77 오아시스에서 낚시를. 댓글4 나그네 03-27 21:41 3156
76 제목 : 고망태씨와의 낚시여행 / 고망태의 얼음낚시 공략기. 댓글5 나그네 11-03 21:26 3165
75 그 아르바이트 아직합니까?? 댓글6 민물찌 09-15 21:50 3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