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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 12 일엽편주가 된 낚시가방

나그네 6 3,434
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 12 일엽편주가 된 낚시가방


이십년이 다 되가는 옛날이야기입니다. 장마철이 끝난 후였으니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받으신 보름 후쯤의 이야기입니다. 경남 산청군 생초면 소재지의 경호강 상류로 루어 낚시를 하러갔을 때의 추억담입니다.

당시만 해도 경호강 일대는 쏘가리, 꺽지가 부지기수였고 루어낚시가 확산될 때도 아니어서 한번 출조에 쏘가리 십 여수는 너끈하게 잡아올 때었지요.

게다가 쏘가리가 한창 고급 횟감으로 알려지고 있을 때라 꿰미에 꿴 쏘가리를 들고 나오면 생초주변 횟집에서 서로 다투어서 사려해서 이 고기들을 팔고나면 경비 빼고 잉어회를 실컷 배불리 사먹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어부처럼 행동했을 때이기도 했습니다.

생초란 곳은
경호강 상류에 위치한 소읍으로 오래전서부터 휴양지로 개발된 지역으로, 한줄기는 함양서 한줄기는 지리산 실상사 쪽에서 흘러온 물줄기가 모여, 진주 진양호로 흘러드는 물길의 합수 지점으로, 이 생초를 끼고 흐르는 강에는 지금도 어자원이 풍부하고 일급수의 물이 사시사철 흐르는 정말 멋진 곳입니다.

당시는 루어낚시가 스포츠 낚시로서의 개념이 잡혀 있을 때가 아니어서 스푼루어 등의 인조 미끼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미꾸라지를 바늘에 달아 쓰는 생 미끼낚시를 할 때었으니 좀 잘 잡혔겠습니까?

이날도 오전에 생초 횟집단지 바로 앞 여울 바위 군락지점에서 쏘가리 십여 수를 꿰미에 꿰어두고는 욕심을 좀 더 내서 지리산 계곡서 흘러오는 물줄기 쪽으로 오후 출조를 했습니다.
이 물줄기를 따라 근 십 여리를 치고 올라가니 ‘아니 이럴 수가’ 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눈이 번쩍 뜨이는 장소가 한곳이 있더군요.
가장자리에서는 절대로 볼 수없는 강심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도로가에 가시나무와 이름 모를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있는데, 도로에서는 강 쪽으로 진입이 불가능한 자리며 물이 도는 자리라 깊이 파여 있는, 내가 지나는 강심에서만 바라볼 수가 있는 약 100여 평정도 되는 웅덩이에 고기가 바글바글하였습니다.

물이 원채 맑아 바닥까지 보였으며 물 반 고기반이라 해도 거짓이 아닐 정도 이였지요.
이곳으로 접근하니까 고기들이 놀라 푸덕이며 이 웅덩이를 탈출하려 하는데 물길이 거의 끊어져 5~10 센티 깊이의 물길만 강 본류와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고기들이 잽싸게 이 물길을 빠져나가지를 못하니 저는 그냥 옆에 서서 큰놈만으로 골라서 주워 내면 되었지요.
몇 마리 줍다가 보니 이놈들도 나오다간 생포 당한다는 걸 알고는 도로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쪽으로 숨데요.
그래서 낚시대에 스푼 루어를 달아 물속에 투척 후, 휙~~ 그야말로 훌치기낚시를 했습니다. 이 방법으로 몇 마리 옆구리 걸어 내고나니 재미가 없어집니다.

‘이 방법보다는 차에 들낚이 실려 있으니까 낚시대로 잡자’
라는 생각을 하고는 그길로 바로 생초에 새워둔 차 까지 헐떡이며 달려가서 루어장비를 접고는 인근의 산청까지 차를 몰아 지렁이 2통에 떡밥 몇 봉지 사서 그 장소까지 다시 간 후 낚시가방을 매고, 진입하여 낚시대를 차리려니 자갈로 이루어진 바닥에 받침대 꼽기가 힘이 듭디다.

인근에 보니 농가가 있어 잡아둔 붕어 몇 마리 주인께 드리고 가마니 한 장 얻어 흙 퍼 담아서는 지개 빌려 이놈지고 물속에다 넣어 받침대 꼽을 준비 완료,

낚시대 2대를 펴고 지렁이 달아 던지니 첨에는 꼼짝도 않던 찌가 물속에 굶주린 고기들의 인내에 한계가 지나고 나니 찌가 들려올라 오는 게 아니고 그냥 다이빙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붕어에다 꺽지 등등, 각종 강고기들을 잡아내고 있는데 머리위에서는 꾸룽 꾸룽 하느님의 소화불량 해소용 트림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빗방울은 하나도 안 비치니 아무 걱정 없더구먼요.

낚시대는 2대를 편성했어도 1대는 그냥 놀고 있고 한대만으로도 팔이 아파올 정도로 고기를 건져내는데 옆에서 전쟁이 난들 걱정할 일이 있었겠습니까. 근데 이게 왼 일입니까.

어느 순간 거세지는 물소리에 놀라 정신차려보니 물이 갑자기 불기 시작하는데 아뿔사 낚시가방이고 뭐고 챙길 여유도 두지 않고 5초 10초 단위로 허벅지에서 장단지로 또 허리로 불어나는 물,

그랬던 것입니다.
여기서 꾸룽 꾸룽 하던 소리가 날 때쯤에 지리산 자락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던 겁니다. 계곡물 불어나는 속도 여러분도 아시잖아요.

이날 나그네가 분신처럼 아끼던 낚시대에다 그 많던 물고기 다 내팽개치고 걸음아 날 살려라 물가로 도망 나오던 꼴 지금 이 글 쓰며 생각해도 쓴웃음이 절로 나오네요.

물 밖으로 허겁지급 달려 나와 보니 빌려온 지게며 낚시가방, 받침틀역할을 하였던 가마니 잔해들이 저 멀리 강심으로 떠내려가는 것이, 격랑에 떠 있는 일엽편주를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날 지게 값 물어준 것에다 물속에 뛰어 보낸 낚시장비들을 생각하면 경제적 손해는 엄청났습니다만, 그래도 급류에 휘말려 어찌되지 않고 무사하였음에 감사를 해야겠지요.

출조 시에는 기상변화에 방심하지 않고 항시 대비를 하여 두는 것이 안전낚시의 지름길이란 교훈을 얻은 하루였습니다.

여름철 산간 계곡이나 강 낚시가실 분들 제 경험 꼭 염두에 두시고,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물 불어날 자리는 피하심이 좋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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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구름
^-^
김근식
ㅎㅎㅎ
낚사사
지나간 일이지만 지금도 옛날생각하시면 가슴을 쓸어 내리는
경험을 하셨군요.
좋은경험입니다. 요즘같은 우기철에 더욱 주의를 하여야 겠군요.

좋은글 잘 보았읍니다.
세세
낚시도 좋지만..
안낚하십시요
빙고(김종현)
이글을 못볼수도 있었는데  ㅋㅋ
명심 하겠읍니다
경호강 굽이굽이 이뻐 보이는곳 같읍니다
타를타고 지나면서 본것뿐이라~
마당발
좋은 경험 하신네요. 무엇보다 안낚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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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거 오늘 타작하까???? 댓글18 착한붕어 10-20 11:02 4527
4 여름특집(살인의추억) 댓글12 착한붕어 08-07 10:53 4349
3 그 아르바이트 아직합니까?? 댓글6 민물찌 09-15 21:50 3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