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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낚시방 백로 조우회⌟ 1

나그네 7 4,240
본 소설은 월간붕어 2005년 8월호 부터 연재된 글 입니다.
시기를 적적히 조절하여 이곳에 계속 연재해 드리겠습니다.


⌜행복 낚시방 백로 조우회⌟
박 진 술 nagne@daegumail.net

1 백로 조우회 입성기

이제 쉰한 살,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나이인데 젖은 낙엽처럼 착 달라붙어 눈치코치 다 봐가며 견딜 만큼 견뎌 왔던 회사에서, 후진을 위하여 50대는 대기 발령 한다는 경영주가 내두른 일도필살기에 모가지가 추풍낙엽처럼 댕그랑 하고 잘린 지 어언 육 개월, 용케도 직장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있는 친구들 찾아다나며 시간 보내는 것도 실직 후 석 달째 접어들자 더 이상 찾아가 볼 곳조차 사라져버렸고 노동청에 쫓아다니며 구직 서류 수도 없이 내 보았지만 아무 곳에서도 오라는 곳은 없고, 그렇다고 방구석에만 박혀있자니 자식 눈치, 마누라 눈치로 바늘방석에 않아있는 것 같고, 뭔가로 라도 시간을 보내긴 해야겠기에 작심하고 아파트 경비나 해볼까 하고 구인지에 나온 용역회사를 찾아가서 이러저러해서 일거리 구한다니 소장이란 녀석이 제출한 이력서 한번 죽 보더니 피식 웃으며
“아파트 경비는 아무나 하는 줄 아슈? 연륜이 쌓여야 하지”
“그 연륜이란 게 대체 뭐유? 나도 살만큼 살았는데...” 했더니 이친구왈
“이 보슈 그래도 육십은 넘어야 경비를 하지 댁 같은 젊은 분이 뭔 경비를 한다구, 댁 같은 분들 때문에 노인들 일자리가 자꾸 줄어들고 있어요. 남의 밥그릇에 손댈 생각 하덜말고 아직 젊고 힘도 남아있을 것이고... 집에 짱 박혀있기 심심하고 쩐도 궁하거던 저 건너 노가다 용역에 가서 공사장 인부자리나 한번 알아 보슈” 라며 면박을 준다.

‘그래 아직 힘 좀 남아있을 때 노가다나 함 해봐’
라고 생각하고는 열라 씽씽 달리는 차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차도를 건너 노가다 용역 소장한테 가서
“여차여차 하니 노가다 일자리 하나 주슈”
하니 이 친구, 눈깔을 아래 우로 딱 한번 굴리면서 내 면상을 관찰하고는 내립다 한다는 말이
“이보슈 노가다는 아무나하는 줄 아요? 당신 같은 약골이 뭘 한 다구...”
라며 말끝을 흐리다가
“사정도 딱하고 하니 내 잡부자리 하나 구해줄 테니 일 해 볼라요?”
무시당한 것에 화도 나는지라
“지기랄 노기다 아무나 안 하문 국가자격 따야 하는 거요? 잡부가 됐던 잡놈이 됐던 좋으니 한 자리 주 보기나 하슈”
이 소장이란 녀석 휙 하니 종 한 장을 내 앞에다 내던지더니
“그라문 이거 쓰고 가입비3만원 내놓고 가슈, 그라고 하루일당은 오만 오천 원 이구 매일 소개비로 오천 원 떼고 오만 원씩 이유”
“얼래 뭔 가입비고 또 교회도 아님시롱 소개비를 십일조만큼 땐단 말이요”
“보소 하기 실으문 마소 우리는 땅 파먹고 사는 줄 아요?”
오기로 주머니 박박 긁어 가입비라는 3만원에다 작업모 안 쓰고 일하다 대가리 깨져도 나는 책임 안 진다. 등등 지네들 발뺌만 해놓은 서류에 주민번호랑 부친께서 삼일을 고심하며 지었다는 하태랑 이란 이름자 석자 휙휙 갈겨, 소장넘 면전에 휙 던져주니 배시시 쪼개며 손가락에 침 묻혀 돈 세고는
“낼 새북 다섯 시에 사무실로 나오시우, 일 할 현장까지 내가 델꼬 가서 작업반장한테 인계해 줄테니끼”
‘시발 내가 뭔 짐짝인감 인계해 주다니’
“좋시다 낼 봅시다.” 라며 문을 열고 돌아 나오는 뒤통수에 사무실에서 고도리 치고 있던 넘들 중 한 넘 목소리가 귀전을 때리는데
“이이 조 소장 3만원 그냥 묵어뿟네, 저 샌님 낼 오전 참 묵기도 전에 나 못한다 하고 현장에서 토끼뿔낀께 가입비는 날로 떨어지는 공돈 아이가, 그랑께 소주한잔 사거래이”
‘아 씨바 저것들이 날 조조로 보나? 내가 본전 뽑을 때까정 노가다 못 하문 내 성을 갈아 뿔낀께 니넘들 그런 걱정 붙들어 매라우’
이리 작심하고는 새벽같이 용역사무실에 나가 소장넘 봉고차에 짐짝처럼 실려 가다 내려진 현장 이란 곳이 이제 막 기초공사를 시작하는 아파트 공사장의 토목공사 현장이었는데, 소장넘 말대로 날 인계받은 반장이란 자가
“아 씨바 조 소장은 맨날 저런 사람들만 댈꾸오요? 어제 댈꾸온 그 약골 오전까지는 잘 견디더니 합바에서 점심 쳐묵고는, 온다간다 말도 없이 사라져뿌리가꼬 손발이 안 맞아 어제 작업 조져 뿟는데”
이 소리 들으니 오기가 확 솟아
“보소 내는 점심묵고 안 사라질 끼요 그런 걱정 붙들어 매고 일이나 시키보소”
“허 이 아저씨 오기가 대단 하네 그라문 잘 한번 해 봅시다. 나 홍세동이요 홍길동이가 우리 형이제, 사무실에가서 데스라 올리야 됭께 날 따라 오슈”
이리하여 현장 사무실에 가서 신상 신고하고는 안전모에 안전화 지급 받고, 안전관리 담당자에게 현장 수칙에 대한 일장 연설을 듣고 나니 이 홍 반장이 삽 한 자루를 건 내 주며
“오늘은 첫 날인께, 하 씨는 저거 보이는 포크레인 따라 다니문서 구덩이 속에서 포크레인이 다 못 퍼 올린 흙덩어리나 퍼내소”
라며 지시를 하고는 사라지고, 배당 받은 포크레인이 파놓은 구덩이 뒤 따라 다니면서 삽질을 하는데 이 넘의 구덩이란 게 하수도 흄관을 묻기 위한 구덩이라 사람 키보다 훨씬 깊으니, 한 삽 떠서는 밖으로 던져내는 동작 서른 번도 못해서 어깨가 빠지듯이 저려오고, 안전모 아래로는 땀이 비 오듯이 흐르고, 안전화 속으로 들어간 작은 자갈들이 발바닥을 찔러대니 속으로 다짐했던 성을 가는 시점이 오전 참 시간도 아니요, 바로 지금 냅다 토껴버리고 싶은데 저만큼 땅을 파며 굉음을 울려대던 포크레인 엔진 소리가 스르르 줄어들더니 문짝이 열리면서 기사가 내려와서 담배를 한 가치 권하며
“아저씨는 이런 현장에서 일할 분으로 안 보이는데 힘들지요”
“뭐 이런 일 하는 사람 마빡에 써 붙이고 다니면서 한다요, 형편이 안되문 누구라도 하는 일이지...”
“허 자존심은, 그래가꼬 며칠이나 하겠소, 그라지 말고 뭔 사정인지 털어놓고 말해보소”
“털어 놓고말고 할일이 뭐있소, 딴 짓거리 할 게 없으니 이일이라도 해야제, 하여간에 일 안고 농땡이 치다가 기사 아저씨 이 현장에서 짤리는거 아니요?”
“아 씨바 반장새끼 와가꼬 지랄하면 포크레인 조시가 안조아 가꼬 엔진 나라시 시킨다 카문 되요, 그라고 내사 하도 많이 짤려 바가꼬 겁도 안나요. 아저씨 마빡에 땀 마를 때까지 좀 쉽시다.”
“내사 쉬문 좋지만... 노가다 판에 뛰어든 사정이라 캐봐야 뻔한거 아니겟능교, 그거 가꼬 드라마 쓸 일도 없고...”
“허 말하기 실으문 말고, 그라고 내가 포크레인 삽질 정밀하게 할 테니 뒤에서 큰 덩어리 떨어진 거 있으면 그거나 삽으로 깨고 퍼 올리지는 마소 어차피 흄관 묻고는 또 덥을낀게” 이렇게 찌그러진 깡통신세인 나 하태랑의 노가다 인생 첫날이 시작 되었다.

그날 하루는 포크레인 김 기사 덕에 노가나판 잡부 역할로는 큰 힘 안들이고 넘겼다지만, 군대 제대 후 바로 사무직으로 취직하여 25년간 펜대만 굴린 내가, 하루 종일 푹푹 찌는 구덩이 속에서 10시간이 넘게 삽자루를 쥐고 왔다 같다하면서, 운동이랍시고 다닌 헬스클럽에서 1년 동안 흘린 땀 보다 더 많이 쏟아내었으니, 아침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아뿔싸 벌써 11시를 넘긴 시간, 뻑적지근한 어깨를 이리저리 휘둘러보며 비몽사몽 상태로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침대위에 처량하게 뒹굴고 있는 나 외에는 아무도 없다.

실직 후 생계대책은 쥐꼬리 보다는 좀 많은 퇴직금으로 한다고 하지만, 아직 대학1년생인 큰딸과 고등학교 2학년 작은딸, 아들 없어 대 끊는다면 면전에 대고 애비 새장가 보낸다는 시어머니의 협박에 아내가 항복하고, 가로 늦게 본 10살짜리 초등 3학년생인 막내아들의 장래학비가 걱정이 되어 팔 걷어 부치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아내, 모두들 자신들의 또 다른 생활의 보금자리로 떠나보내고 난 후이니 나 외에는 있을 것이 없는 생활을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건만 오늘 아침 따라 내 신세가 왜 이리 처량한지 모르겠다.
하긴 노가다 인생 첫날은 어찌어찌 보냈는데 노가다 둘째 날과 가입비라는 3만원, 노가다첫날 일한 일당 5만원이 사라진데다 성까지 갈게 생겼으니 더 처량한지 모르겠다.
‘아니다 일당 5만원 악착같이 받아내야지,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라는 생각이 나자 결린 몸뚱이를 일으켜 대충 씻고는 차 키를 찾아본다.
‘차는 아내가 가지고 다니지. 내정신이 벌써 오락가락 하면 안 되는데’
정신을 다시 가다듬고는 버스에 몸을 실고는 어제 일한 현장에 도착하여 홍 반장을 찾으니
“아니 하 씨 지금이 몇 신데 인자 나오면 우야능교, 이양반 어제 하루 잘 견디길레 오늘도 꼭 나올 줄 알았더니만”
“생전에 첨으로 노동을 해보니 아침에 못 일라가꼬...”
“그라모 지금은 뭐 하로 왔능교”
“어제 일한 일당 받으러 왔지에”
“허, 이양반이 뭐라카노, 하루 일하고 토키 뿌리놓고 일당은 무신 일당이라 카노.”
“이 보소 반장님 토끼기는 누가 토끼요? 어제 하루 고되게 일하고 나니 오늘은 못 일어나서 일 못나왔지, 그리고 하루 일한 사람 일당 안 주라 카는 법 있는 가 노동청에 함 물어 볼까요?”
“에 씨바 아저씨 같이 먹물 든 사람들 땜 시 노가다 반장도 못해 묵겠네, 저거 사무실에 가서 경리한테 이야기 해놓고 간조 날 와 가꼬 일당 받아가소 그라고 인자 일 더 안할 끼지예?”
“내 성 갈아뿌고 말지 노가다 더 못해 묵겟소. 잘 있으소”
‘이넘 들아 먹물 들고 안 들고 간에 내 구렁이 같은 돈 때먹게 내버려둘 내가 아니여’
현장 사무실에서 경리를 만나 돈 받는 날 확인하고는

‘아 잡부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확인하고는 현장을 떠나 동네 근처에서 버스를 내려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어슬렁거리는 내 눈앞 저만큼에 ‘행복 낚시방’ 이란 간판을 내건 낚시방이 하나 보인다.

‘어라 언제 저곳에 낚시방이 있었지. 나도 참 바보같이 살았구나. 우리 동네에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살고도 지금은 이런 백수신세로 전락해 버린 것을, 그래 낚시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봐?’
라며 낚시방 입구까지 걸어가니 문짝에 ‘조우회 회원 모집’ 이란 문구를 적은 작은 종이가 나풀거리고 있다.
“사장님이 어느 분이요?”
“사장은 도매상에 물건 하러가고 없소, 뭐 사로 왔소?”
“굳이 뭐 살게 아니고 낚시방도 있고 조우회 모집도 한다고 적혀있어 한번 들어와 봤소”
“그라문 잘 들어 왔네 저거 저양반이 회장인디, 어이 노털 회장 일루 와보소 누가 회원 가입하로 왓네”
낚시방 한쪽에서 도로 쪽으로 낚시대를 길게 빼 놓고는 줄을 매고 있던 이가, 이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잽싸게 낚시대를 접으면서
“워메 뭔 말이여 신입회원이 있다꼬”
라더니 냉큼 달려와 손부터 내밀더니
“반갑소, 나 여거 백로 조우회 회장 맡고 있는 노태도요, 어허 어제 밤 꿈이 좋더니 신입회원이 다 들어오고 여거 않으소”
“회원 가입 한다 카는게 아니고 물어볼라꼬 들어왔는데...”
“궁금한 거이 있으문 뭐든 물어보소, 여거까저 와서 물어 본다 카문 조우회에 들 마음이 있어 왔제, 그랑께 우리 조우회에 들어오면 될끼지 뭘 망설인다요”
“아따 저 양반 성질 급한 거 하구는, 우물에서 숭늉 내노라 카는 버릇 또 나오네. 우선 여거 않으소, 어이 신 선생 커피한잔 빼온나”
“니기미 왱백 자네는 손 없어? 매일 내보고 커피 심부름 시키니?”
“지랄아 니가 맨 날 자판기 앞을 딱 막고 않아서 홀짝홀짝 빼 쳐 묵고 있응께 니가 커피 당번 아이가”
라더니 뭇지 않은 말의 답변까지 붙인다.
“점마는 하루에 커피 열 잔도 더 쳐 묵는데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딱 저거 자판기 앞에 않아 있니더”
“그나저나 동네서 못 보던 분인데 일로 이사 왔니껴?”
“아닙니다. 이 동네 산지 10년도 넘었는데 어쩌다 보니...”
“우리 회원 중에 날라리라고 하는 젊은 회원이 한명 있는데, 그자석도 여거 이사 온지 15년 넘었다 카던데 저지난달에 다니던 회사에서 모가지 꽉 짤리뿌리 가꼬 갈데없어 빌빌 거리다가 우에 알고 여거 들어 왔는데 점심 묵으로 갔응께 좀 있으마 나올끼니더”
이 이야기를 들으니 대충 이 조우회 성격이 감이 잡힌다.
“아까 회장님 이야기에 조우회 이름이 백로조우회 라던데 뭔 뜻인교?”
“아 백로, 젊은것들이 묵고 놀면 백수라 카지예? 우리같이 늙어가는 사람들이 백수라 할려니 뭐하고 해서 흰백자 늙을로자 해서 백로조우회라 카니더, 여기 회원들은 62살 묵은 저기 노태도 회장하고 아까 이야기한 날라리라 카는 마흔 다섯 묵은 젊은 친구 빼고는 다 오십대인데 전부 명퇴다 뭐다에 모가지 잘렸거나, 직업이 있다케도 벌이가 시원찮은 별 볼일 없는 불쌍한 인생들만 모있다 아입니꺼 선생도 보니까 우리 신세랑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갈 데 없거든 여기 출근해서 놀다 가이소”
“아따 총무님은 점치다 왔는교, 넘 의 사정을 들어보지도 않고 그리도 잘 아신다요?”
“우리 백로 조우회 사람들 중 동장으로 정년퇴직한 회장님만 빼고 다 똑같은 처지인 사람들만 모였으니 동병상린 이라고 척 보면 다 아니더”
자판기에 커피를 빼가지고 자리를 옮긴 신 선생이란 자가 잔을 내 밀면서
“총무 말마따나 과부사정 과부가 알고 홀 애비 사정 홀 애비가 안다고 여기 회원들이 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라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맘을 알지요, 나도 학교선생질 하다가 교단 비리가 어쩌고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작년에 해직 당했는데, 복직을 위해 힘쓰다가 변호사들 배만 불리고는 포기하고, 삶 자체가 허무해 못된 생각도 많이 한 사람인데 이곳에서 함께 낚시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니 맘 새로 먹고 살아가고 있지요, 인사나 합시다. 나 신상호 요”
“아따 이 친구 또 선생질 할라꼬 달라드네, 나는 총무 맏고 있는 왕준기요 인사를 할라문 총무하고 먼저 해야제, 내가 올해 쉰다섯 살인데 백수생활을 10년이나 하다 보니, 게다가 이 중에서 백수로는 내가 젤로 왕 고참이라 다들 내보고 왕백수라 하니더”
이 짓거리를 바라만 보고 있던 회장이
“아따 인친구들 설레발이 그만 까고 이 선생님 이바구도 좀 들어 보자, 그나저나 나는 여기 회장하는 노태도라 하는데 작년에 동장으로 정년퇴직하고, 자주 들리던 이 낚시방의 백로 조우회에 가입할라 카니, 정년퇴직자는 백로가 아니라며 안 넣어줄라 카길레, 회원 다 모다놓고 술 한잔 질펀하게 받아주고 나서 가입하고 보니 나이도 젤로 많고 형편도 젤 났다고 내 한태 회장까지 맡겨서 염치없이 회장을 맡고 있소, 선생도 자기소개 한번 해보소.”
“소개할게 뭐 있겠습니까? 인자 나이 쉰한 살 묵었는데 어느 날 회사 출근해 봉께 내 또래 들을 전부 대기발령자 명단에 올려놨지 뭡니까. 딴 친구들은 투쟁한다고 떠 벌려 샀습디다만 선배들 당한 거 잘 봐 왔기에 성질 급한 지부터 사표 쓰고 나온 지 여섯 달 됐습니다.”

“그라마 아직 젊은 선생은 어데 갈 때도 마땅찮을 끼고 우리 조우회에 들어오소, 여기 사장도 제철회사 다니다가 5년 전에 명퇴 당하고 좋아하던 낚시나 한다고 이 낚시방 차려놨는데 우리 회원들이 많이 못 보태줘도 군소리 안하고 이 뒷자리는 우리한테 내주는 사람이유, 하긴 지 낚시 갈 때, 장에 갈 때, 볼일 있어 나갈 때 우리가 장사도 대신해 주지만 서도 여기를 아예 우리 사무실로 여기고 서로 돕고 살지요”
“조우회라 카면 여러 가지 조약들이 있을 꺼 아닝교? 그거나 회장님이 한번 알려 주이소”
“그건 왕 총무가 설명 좀 드리래이”
“우리 조우회는 글로 적은 회칙 없니더. 그냥 三不이라 캐 가꼬 첫째 모여서 정치 이바구 안하기, 둘째 종교 이바구 안하기. 셋째 옛날에 고기 잡은 이바구 안하기 이 세 가지는 금하는 것이구... 이 세 가지 이바구만 나오면 서로 싸워 사서, 이건 안하기로 정햇니더. 그라고 三勸 이라 해서 첫째는 회비는 총무가 입 안 때도 제 날자되문 알아서 내놓는 거 권하니더, 아 참 회비는 한 달에 3 만원 이라예, 둘째로 출조는 저거끼리 조 짜가꼬 알아서 가길 권하니더 우리 회원들이 십여 명이 되다보니 누가 가더라도 맨날맨날 낚시가방 매고 나가는데 일일이 총무나 회장이 챙기줄라카만 허리 꼬부라징께 그날그날 가는 저거끼리 가서 낚시하고 오문 되니더, 셋째 정기출조 같다오는 날은 반드시 재활용품 한 포대씩 주서 오는 걸 권하니더, 낚시터 쓰레기가 알미늄 깡통에다 프라스틱 등이 많아 이거 주워오면 돈 된께 이거 모아 팔아서 회 운영에 보태 쓰니더. 그라고 정기출조는 한 달에 한 번씩 하는데 이날은 고기 잡으러 간다기보다는 그냥 계추처럼 모이가꼬 놀러가는 기라 생각하문 되니더, 열 명이 넘게 모이 가꼬 복작거리는데 바늘물고 나올 골빈 고기들도 없고 해서 낚시할 사람은 낚시하고 술 묵을 사람은 술 묵고 그래그래 하루 놀다 오는 걸로 하니더”
이때 문이 드르르 열리며 두터운 안경을 쓴 천상 낚시방 주인처럼 생긴 이와 좀 젊어 보이는 한 사람이 낚시복을 입고는 나란히 들어선다.
“어이 안 사장 물건은 다 사왔나?”
“도매상에 가보니까 나까마가 넣어주는 가격보다 비쌉디다, 그래 가꼬 그냥 왔십니다.”
“날라리는 오늘 또 낚시 갈끼가?”
“예 회장님 어제 밤에 떨 군 그 고기가 당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네에, 오늘밤에 다시 한번 쪼아 볼랍니다.”
“그건 그렇고 둘 다 여거 좀 들어 와봐라, 이분이 새로 우리 백로 조우회에 들어올라 캉께 서로 인사나 하구로”
역시 동장 출신 노 회장은 노련하다. 어느새 내 생각을 정리할 여유도 주지 않고 백로 조우회의 일원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아이구 반갑십니다. 나 행복 낚시방 주인 안경태 라꼬 합니다. 앞으로 잘 해 보입시다.”
“저는 김정태라꼬 하는데예, 여기 형님들은 전부 절 보고 날라리라 캄니더, 내가 낚시를 잘 못해 가꼬 실수를 많이 하니 별명을 날라라라 지어 줬다 아님니꺼. 근데 형님 성함은 우예 되는데예?”
“아따 회에 들어와도 회비는 걱정하지마소 정출 날 땀 조금 흘리면서 잡놈들이 쳐 묵고 내삐리 둔 재활용품만 주워도 만원은 버니더. 난중에 돈 모자라 문 총무인 내가 까주마 되지머.”
“아따 총무 저 새끼는 회장인 내보다 끗발 더 부리네. 달리 갈데없으면 우리하고 함께 지내봅시다.”
라며 모두가 살갑게 맡아주니 이 일이 남은 인생살이 복이 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멍에가 될 것인가? 어쨌건 실직 6개월, 나 하태랑의 행복 낚시방 백로 조우회 일원으로서의 첫날이 이렇게 시작 되고 있었다.
‘이왕 이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조우회에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어저께처럼 성 간다는 표현 안하고 잘 지내 봐야지, 그나저나 나와의 약속이었지만 성을 간다고 했으나 성을 갈아버리면 조상님들이 욕할 것이고 인생살이 찌그러진 깡통 꼴이 되 버렸으니 이름이나 깡통으로 갈아 버려야 되겠다.’
“우쨋던 반겨주니 고맙습니다. 자의반 타의반 꼴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어차피 저는 실업자라 오갈 데 없는 처지니 인자는 이리로 놀러 다니면서 여러분들 신세 좀 지겠습니다. 그라고 지도 낚시는 잘 못하니 여러분들이 많아 가르쳐 주시야 될낍니다, 이름은 하태랑인데 여러분들은 날 하깡통이라 캐주소”
물론 이름이 깡통으로 바뀐 사연을 설명 안 할 수 있었겠나? 그리고 당연히 이날 모인 멤버만으로 조촐한 환영파티가 있었으니, 일잔 이 겸해지는 것은 당연지사고, 이날 밤 간만에 거나하게 취해서 지난 3일간 있었던 일들을 식구들 앞에서 주절주절 늘어놓으니 아내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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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종엽아빠
^^
채도영
삶이 있고 인정이 담긴 구수한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말뚝이
낚시방 그림이 선~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손광희
힘든 세월입니다.
가슴도 아프고...
잘 피해서 먼 타국에서 몇년 살다오기도 했지요.
지금도 아둥바둥합니다만 이야기는 재미있네요.
개기
잼있게 읽었어라우
소설은 경북 동해안 지역 사투리로 적었군요
참 좋은 동네거든요
내 친구가 살던 곳인데 그 친구 낚수로 만나서 살다가
술때문에인지 위암 걸려서 저 세상 갔어요
빙고(김종현)
하~
잘읽고갑니다
다시만나게되어 반갑고 고맙습니다
나그네님  아자~
낚사사
나그네님!

반갑네요.
왠지 가슴이 싸~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뭔가 희망이 보이는 군요.

앞으로 많은 기대 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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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뱀조심 댓글9 빙고(김종현) 05-27 16:16 5168
96 알뜰장터에 글쓰기 포인트 몇점인가요? 댓글16 누네띠네 06-30 16:10 5145
95 악마같은여편네가 .... 댓글13 이득수 09-16 13:37 5136
94 옆집 노총각 댓글13 블랙홀 09-15 14:29 4972
93 위험한 며느리 댓글11 블랙홀 09-11 07:55 4883
92 낚시를 하고픈마음 댓글7 이민업 07-05 00:12 4831
91 해외여행 댓글3 꽃미남 02-29 19:45 4823
90 즐거움의 댓가인가? 댓글5 젠틀노 04-09 12:05 4804
89 나의 인맥이 가믐이든이유? 댓글4 김문구 04-01 14:32 4799
88 이거 오늘 타작하까???? 댓글18 착한붕어 10-20 11:02 4525
87 함께 가는길 댓글4 김문구 04-01 15:29 4517
86 지상최대 뒤집어지는 개막장 방송 댓글2 이강근 10-18 04:45 4516
85 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7 자다가 놓친 대물 댓글3 나그네 05-02 08:55 4512
84 지금 장난하냐?~ 댓글15 부들찌 07-29 02:53 4463
83 지리산 다녀왔습니다 댓글7 이득수 10-29 12:18 4451
82 얄미운 나의회원, 李..... 댓글5 갈곡지기 08-15 22:54 4397
81 여름특집(살인의추억) 댓글12 착한붕어 08-07 10:53 4349
80 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댓글9 민물찌 09-28 04:52 4243
79 쪽(?) 팔린 이야기 댓글15 김준용 03-21 02:09 4241
열람중 ⌜행복 낚시방 백로 조우회⌟ 1 댓글7 나그네 05-24 13:42 4241
77 쫒는자와 쫒기는자 댓글8 민물찌 09-26 22:21 4216
76 마누라한테 해방됬심다 댓글8 대박전설 10-11 09:14 4164
75 개 발에 맞춘 나이키,, 댓글3 갈곡지기 08-30 14:43 4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