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는 철학인가? (출처: www.hasang.net/)

생자리 9 3,439
조재근 님이 오래 전에 나온 낚시 수상집 2권을 보내주었다. 최신해 씨의 글에 낚시에 관한 철학적 성찰이 나온다.

<물가에 앉은 철학>


낚시에는 철학이 있다.
공자가 말하기를 인자는 산을 즐기고 현자는 물을 즐긴다는데 물가에 앉아 하루를 보내는 낚시꾼은 현자임에 틀림없으렷다.
몇 시간이나 까닥도 않는 찌를 응시하고 있는 낚시꾼이나 또는 비를 맞아가며 밤을 새워 낚시질을 하고 있는 낚시꾼이 철학자가 아니고는 누가 철학자이겠느냐 말이다.
채산이 맞지 않는 행위이련만 그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사람이 밤낚시질을 하고 있으니 그게 철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철학은 낚시질이 아니겠지만 낚시질은 확실히 현자의 철학임에 틀림없다.
낚시 이십여 년에 밤낚시 갔다가 비를 만나 오도 가도 못하고 밤새 비를 쪼르륵 맞아가면서 앉아 아침 오기를 고대했던 일이 스무 번하고도 넘었으리라.
물가에서 비 맞아가면서 나는 마음속에 반추를 하는 것이다.
낚시를 스포츠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렇게 청승맞게 빗속에서 밤을 지새우는 스포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까 낚시는 스포츠가 아니다.
또 어떤 사람은 낚시를 도락(道樂)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대개의 도락은 열중하다 보면 가산을 탕진하고 패가망신하기 일쑤며 친구의 의리마저 잊어버리는 법이지만 낚시를 오래 했다 해서 패가망신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친구와의 약속과 의리를 지키겠다고 돌변해 버린 천기를 무릅쓰고 낚시터에 나와서 이렇게 비를 맞고 있으니 낚시를 결코 도락은 아닐 것이다.
그럼 낚시질은 어업(漁業)이냐? 붕어 몇 마리 잡겠다고 돈을 들여서 이렇게 궁상맞게 빗속에 앉았는 어업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그럼 낚시는 취미냐? 우리가 말하는 취미라 하는 것은 대개 보기에 깨끗해 보이는데, 이렇게 구질구질한 취미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낚시는 도락도 아니요, 취미도 아니요, 어업도 아니라면 도대체 낚시란 무엇이냐?
“비를 맞아가면서 밤을 지새우고 앉아 있는 내 꼬락서니를 보면 모르느냐? 낚시는 바로 철학이다. 이건 물가에 앉아 있는 고독한 철학이라는 거다.”
낚시란 가장 인생을 살찌게 해 주는 생활인의 철학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

최신해 글 ‘우중의 밤낚시’의 일부(최신해, ‘물가에 앉은 철학’, 관동출판사, 1978년).
필자 최신해 선생(1919~1991년)은 청량리 뇌병원을 설립한 정신과 의사로 수필가이자 붕어낚시를 사랑한 꾼으로 많은 낚시 수필을 남겼다. 최신해 씨는 왜 낚시를 가냐는 질문에 다음 대답을 했다고 한다.
“붕어와 연애하러 간다네.”
재근 님. 보내 준 책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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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생자리
안녕하세요. 이정호 인사드립니다.

저는 배움과 수양이 부족하여 누구를 가르칠 만한 그릇이 못됩니다.

저도 이곶 저곶 돌아 다니다 좋은 글이 있어 글과 사진을 올렸을 뿐이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시간 되시면 저희 카페에도 놀러 오십시오.

유익한 정보 대단히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카페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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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기
인사 올립니다.
몽매한 저는 읽어도 모르니 더욱 답답하지요.
많은 가르침 부탁 드리며,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물안개
철... 학...
아직 저에게는 철이 더 들어야 깨우칠수 있는게 낚시인듯 합니다.
좋은글 감가합니다.
백승한
정말잘읽었습니다
시간내어 꼭 한번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늘 건강 하세요.
붕愛
잘 읽었습니다
이정훈
정말 조은 책인것 같네요...
꼭 한번 읽어 보고 싶네요..
장병렬
내공입니다!
민물찌
좋은 책이네요
한번 읽고싶어집니다 ㅎㅎ
올젠
마지막  부분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낚시는 도락도 아니요, 취미도 아니요, 어업도 아니라면 도대체 낚시란 무엇이냐?
“비를 맞아가면서 밤을 지새우고 앉아 있는 내 꼬락서니를 보면 모르느냐? 낚시는 바로 철학이다. 이건 물가에 앉아 있는 고독한 철학이라는 거다.”
낚시란 가장 인생을 살찌게 해 주는 생활인의 철학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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