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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3 잡은 고기를 집에 못 가져온 이유

나그네 3 3,488
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3 잡은 고기를 집에 못 가져온 이유

국민학교 (지금은 초등학교라 하지요) 5학년 때 생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이야기입니다.
이 당시 필자는 현재 대구 성당시장 인근에 살고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무척 복잡한 곳이 되어있지만 그때만 해도 시가지의 변방으로 시외버스 주차장 보다 더 바깥쪽으로 나와 있는 시골 같은 동네였지요.

바로 앞에 지금은 대구타워라 해서 대구의 명물이 올라 않아있는 두류산이라는 나지막한 산이 하나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 산형태가 사람의 둔부모양 그대로를 빼 닮아 있어 그때에는 주민들이 궁디산 (엉덩이의 경상도 사투리) 이라 부르는 산이었습니다.
이곳은 지금 대구시민의 휴식처가 된 곳 이지만 당시에도 주변 어린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였고 해가 산등성이를 넘어갈 무렵에는 막걸리 한잔에 취하신 어른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던 곳 이었습니다.
이해에 아버님께 처음으로 대나무 낚시 대 한대를 분양을 받았습니다.
대나무 낚시 대라 해서 마디를 잘라 꼽도록 한 조금은 진보적인 그런 것이 아닌 통 대로 만들어서 그때 내 키의 두 배는 채 안되던 낚시 대였으니 아마도 지금의 1.5칸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낚시 대로 주변 논가 두엄 속에서 잡은 지렁이로 물고기 잡으러 다니는 것이 애들이랑 노는 것 보다 훨씬 재미가 있어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길로 담 벽에 세워두었던 낚시 대를 매고 저수지로 줄행랑치기가 일수였지만 아버지는 어차피 아이들이 하는 일에 큰 관심을 안두시던 분이라 아무 말씀이 없으셨고 어머니는 내가 집에서 어린 동생 괴롭히는 것 보다는 차라리 눈에 안 보이는 것이 나았을 뿐더러 평생을 낚시 대를 매고 강녁이나 저수지를 떠돌던 아버지와 함께 사시면서 낚시란 것은 남자들이면 다 하는 그런 것 쯤 으로 알고 계셨으니 더욱이 잔소리 한번 안하실 때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와 아버지의친구분들을 따라 집에서 십 여리쯤 떨어진 지금의 대구 칠호 광장근처 청구코아 자리에 있던 감삼못에 원정낚시를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조그만 웅덩이 같은 곳 에서만 놀던 저로서는 그때 그 저수지를 보고 아! 이렇게 큰 저수지도 있구나할 정도로 놀랐습니다.
그런데다 이곳에서 잡히는 붕어들의 크기가 제가 놀던 집 근처의 작은 저수지에서 잡히는 손가락만한 붕어와는 크기자체가 달랐습니다.

그날 이후 늘 그곳만 꿈꾸다가 공일날을 거사일로 잡고는 혼자서 낚시 대를 매고 두류산을 넘어 땅골 이란 곳을 거쳐 당시 우시장을 옆으로 하는 길을 원정로로 계획하고, 지렁이를 잡아서 당시로는 엄청 귀했던 비닐봉지에 담아 단독 원정 낚시에 나섰습니다.
내가 지름길로 택했던 길은 80% 정도가 산길이었지만 나무란 것은 모조리 잘라 아궁이에 넣기 바쁘던 시절이라 큰 나무가 있는 것도 아닌 야산이요, 다른 이들도 이곳에서 성서 방면으로는 이 길을 택해서 다니던 곳이었기에 어린 내가 다니기에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그런 코스 이었지요.
감삼못에 도착해서 낚시를 하다보니 잡혀 나오는 고기가 장난이 아닐 정도로 많았으며 잡은 고기는 옆에 웅덩이를 파고 넣어 두었지만 오후가 되자 이 고기를 집으로 가져갈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굴비 엮은 것을 가끔 봐 왔던지라 저수지 건너편에 있던 당시의 기와공장 까지 가서 새끼줄을 몇 개 주워 와서는 어찌어찌 하여 붕어들을 굴비 역듯이 엮기 시작 하여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주변에 게신 어른 분들의 도움을 받아 키에 맟게 잘 엮은 붕어 굴비를 여러 줄 매고는 한쪽어깨에 척 걸치고 다른 한쪽 어깨에는 낚시 대를 매고 개선장군의 심중으로 귀가 길에 나섰지요.
‘아 내가 이만큼 많이 잡았으니 집에 가면 칭찬받을 거야.’
라는 생각으로 가는 십 여리 길은 구름 위를 걷는 듯이 가벼운 발걸음 이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집 근처인 두류산 모퉁이를 걸어갈 때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통행인도 없었지만 애들이랑 자주 놀러 다니던 길인데다 저 아래 동내 쪽에 집들이 보이니 별달리 무서운 생각이 들지도 않았습니다.
열심히 내리막을 내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여러 마리의 늑대가 으르렁거리면서 제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하더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멍. 멍, 멍, 짖기 시작 합니다.
너무도 두려워서 바지에 오줌까지 찔끔거리며 늑대들을 향해 “저리가. 저리가” 하고 외쳐 보지만 목소리는 겁에 질려 입안에서만 맴돌 뿐이었지요.
하지만 살고자 하는 본능에 손에 들었던 모든 것을 다 팽개치고 냅따 아래쪽으로 죽을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뒤에서 늑대가 나를 잡아먹으러 쫓아온다는 생각에 넘어지고 뒹굴고 하면서 어찌어찌 집 대문까지 뛰어 들어가 “아부지, 아부지, 늑대, 늑대”를 외치니 마침 집에 게시던 아버지가 깜짝 놀라 댓돌 아래로 황급히 뛰어 나오시더니 콧물 눈물범벅 에다 넘어져서 까진 무릅과 팔꿈치에 흐른 피를 보시고는 더욱 놀라 하십니다.
놀라 진정을 못하는 저를 목욕을 시키시고
“자초지정을 차근차근히 말해보라” 는 말씀에 그간 이야기를 해 드렸더니 아버지와 다른 식구들 이웃 아저씨 아줌마 까지 배를 잡고 웃으시더군요.
당시 어른들이 내린 결론은 이랬습니다.
동내 개들이 산등성이에서 놀다가 어린애가 등에 매고 가는 붕어 냄새로 몰려들어 좀 달라고 투정을 부렸다. 그런데 어린애가 놀라 이 붕어들을 버리고 가버리자 저희들끼리 다투면서 포식했다 라고요.
월요일 학교에 같다오니 아버지께서 내가 말씀드린 자리에 가셔서 내가 버리고 온 낚시 대랑 걸레가 되어있는 새끼줄 한 가닥을 보여주시며
“봐라 늑대는 아니고 그냥 개였어”
라고 다시 한번 안심을 시켜주셨지만 전 아직도 그 녀석들이 늑대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날이후 저는 그곳에 애들이랑 한번도 놀러 못 갔습니다.
게다가 낚시 가서 잡은 고기는 오랜 세월 동안 집에 못 가져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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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구름
^-^
착한붕어
낚시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네요
재미있게 읽으습니다
즐거운 한주 되십시요
나그네
감사 합니다. 이사이트 본거지가 부산경남권이고 저의 활동영역이 경북권이라  쉽게 언제 한번 뵙겠습니다 라고 말쓴은 못드려도 붕어세상 사이트 정출때는 꼭 한번 찿아뵙고 동영상 취재 하겠습니다. 조행길 안전운행 하시고 내내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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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거 오늘 타작하까???? 댓글18 착한붕어 10-20 11:02 4526
4 여름특집(살인의추억) 댓글12 착한붕어 08-07 10:53 4349
3 그 아르바이트 아직합니까?? 댓글6 민물찌 09-15 21:50 3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