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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에피소드4 사철탕이 돼버린 강아지
나그네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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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4 17:31
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에피소드4 사철탕이 돼버린 강아지
6~7년 전인 것 같습니다.
경남 부곡온천 근교에 있는 초동지 출조 시의 추억담 입니다.
당시 초동지에는 가을이 깊어가면서부터 초봄까지 릴낚시에 대형 붕어들이 많이 올라와 둑 쪽을 근거지로 하여 11월~3월까지 4개월은 속칭 장박꾼들이 초막을 지어두고는 낚시를 하던 저수지 이었지요.
그러다보니 시즌에는 둑 쪽에서는 들낚시는 엄두도 못 내고 상류 물 유입구 쪽에서 들낚시를 해야 하는 실정인 저수지 이었으나 올 초봄에 이곳에서 5짜에 가까운 놈으로 한수한 기억이 있어 날이 추워짐과 동시에 이곳으로 대물사냥을 위하여 주 1~2회 정기적으로 출조를 했던 곳 입니다.
그날도 대충 일과를 마치고 자주 함께 낚시를 다니는 조우들에게 연락을 해보니 다음날이 11월의 3째 일요일이라 결혼식들이 엄청 많은지 모두 예식장이니 어디니 간다면서 동행할 조우가 한명도 없었습니다.
기왕지사 준비된 출조길 이고 원래가 나 홀로 출조를 즐기던 편이라 라면이며 김밥이며 챙겨가지고 저수지에 도착하여 이곳저곳 기웃거려보니 역시나 둑 쪽에는 릴 낚시인들이 이미 전역의 포인트에 포진한 후 이고 저수지 중간 서편 별장 뒤쪽의 들낚시 포인트에도 여러 명의 낚시인이 자리를 차지하고 계셨지요.
근처에 있는 수로로 자리를 옮길까 해보지만 짧은 초겨울해가 뉘었뉘었한 시간이라 동편 물 유입구 쪽으로 가서 낚시대를 차리고 수심을 맞추고 있자니 봉고차 한대가 내 차 옆에 주차를 합니다.
초로의 낚시인 3분이 내려서는 내가 채비를 차리고 있는 곳으로 다가오더니 다른 곳은 자리가 없으니 함께 낚시 하자며 말을 건네 오는데 낚시자리를 내가 세 낸 것도 아니니 뭐 별달리 이설을 달수가 없었지요.
하지만 이분들의 채비 가방에서 들려오는 딸랑딸랑 하는 방울소리를 들으니 오늘은 낚시 틀렸구나 하는 생각이 납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저곳에다 릴 팩을 망치로 박아대고 릴 낚시대의 초릿대에서 들려오는 방울소리에 미끼를 던져 넣을 엄두도 안 나고 해서 ‘그래 오늘밤 낚시는 틀렸구나. 이왕 나선 출조 길이니 새벽을 노리고 오늘밤은 잠이나 편하게 자야겠다.’ 며 텐트를 치고 있는데 뽀얀 강아지 한 마리가 초로의 낚시인들 주변에서 깡충 깡충 뛰어 놀고 있습니다.
텐트를 치고 슬리핑백을 꺼내놓고 라면 한 개를 끓여서 김밥으로 식사까지 마치고 나니 릴 낚시인들이 채비를 다 마쳤는지 주변이 좀 조용해 졌습니다.
그냥 잠자기는 이른 시간이고 물 냄새를 맡으니 그냥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낚시의자로 돌아와서는 채비에 캐미를 꺽어 넣고 미끼를 달아 채비를 정렬하고 있자니 봉고차 안에서 식사를 준비 하시던 분 들이 준비한 음식들을 모두 가지고는 20여대나 펴둔 릴 낚시대 앞의 돗자리로 와서 자리 하십니다.
그러면서 “이봐요 이리 와서 소주나 한잔 합시다” 하며 달갑지 않은 초청을 하는데 ‘이왕지사 밤낚시는 틀린 일이고 하니 차라리 소주나 한잔 얻어먹고 자다가 새벽녘이나 잠깐 노려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그 초청에 못 이기는 척 응해서 주거니 받거니 술과 잡답을 나누다 보니 아뿔사 그중 한분이 바로 형님 친구 분 이십니다.
“야 너 어릴 때는” 어쩌고 하면서 나이 사십을 넘긴 저를 애기 다루듯 하지만 어쩝니까? 형님 친구 분인데.
아까 보이던 강아지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술자리가 무르익어가자 갑자기 형님친구분이 입에 거품을 물며 “이개가 말이야 나이가 4살인데 말을 얼마나 잘 듣는지 집에서는 담배며 라이타며 시키는 대로 잘 가져온다.” 등등 자랑을 하시다가 갑자기 라이타를 휙 어둠 저켠 으로 던져놓고는 “해피야 라이타 물어와” 하고 지령을 내리니 다소곳이 주인 옆에 않아있던 이 해피란 강아지가 휙 내달리더니 진짜로 라이타를 물어 옵니다.
모두 신기해하며 강아지 칭찬을 하자 신이 난 강아지주인 분께서 떡밥그릇을 휙 하니 물속으로 던져 넣고는 다시 “해피야 물어와” 하며 손으로 수면을 가리키니 한점의 망설임도 없이 그 차가운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떡밥그릇을 물어오는 것입니다.
타월로 물에 젓은 강아지를 닦아주면서도 강아지 칭찬을 해대지만 이미 주종간의 명령체계가 확실한 것을 본 모두는 이설을 달지 못하고 부족한 안주에다 강아지주인의 개 자랑을 안주삼아 준비한 1되짜리 소주 두병을 다 비웁니다.
거나하게 취한 저로서는 이미 꺽은 캐미가 아깝다는 생각도 없이 텐트로 들어가 쓰러져 잠이 들었고 그분들도 모두 봉고차로 들어가 시동까지 켜둔 채로 잠들이 들었나 봅니다.
삐릭 삐릭 울려 되는 손목시계의 알람을 잠결에 더듬어 꺼버리고는 새벽낚시고 뭐고 간에 생각할 여유도 없이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있는데
“이봐 일어나” 하며 텐트를 흔들며 깨우는 소리에 억지로 눈을 떠 보니 아직도 취기가 가시지 않아 눈앞이 몽롱하지만 해는 이미 중천까지 떠올라 있습니다.
“자네 보신탕 먹을 줄 아는가?”
라는 형님 친구 분의 말씀에 별생각 없이
“그럼요 잘 먹습니다” 하고 답변을 하니
“속 쓰릴 테니 이리 와서 해장삼아 보신탕이나 한 그릇 하게” 하십니다.
봉고차 주변에 자리한 이분들의 식탁자리로 가서 주는 대로 사철탕을 한 그릇을 먹고 있자니 속이 풀리고 정신이 들기 시작합니다.
‘아 낚시도 못하고 내가 이게 뭔 꼴이람.’ 그러다 ‘언제 이분들이 사철탕까지 준비해 왔을까? 여름도 아닌데 낚시터에까지 준비하다니 대단한 애호가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맛있게 한 그릇을 비우고는 낚시대를 챙기려 채비했던 곳으로 내려가 보니 8대나 되는 낚시 대 들이 이리저리 쓰러져있으며 줄들은 모두 함께 엉킨 채 연안으로 끌려나와 있습니다.
무슨 영문으로 이리 된 것 인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형님 친구 일행 중 한분이 제게 다가오시더니 시익 웃으시며
“젊은 양반 덕에 보신탕 잘 먹었수.” 하시는데 무슨 말인지 도저히 감이 안와 “아니 제가 잘 먹었는데 왜 저보고 그러십니까?” 하고 되물으니
“아까 먹은 그 개가 엇 저녁에 본 그 개라우.”그러시며 사연을 설명 하시더군요
“아마도 밤중에 그 개가 젊은이 낚시대에 달린 캐미를 보고 그놈을 물고 나오려고 물에 들어갔던 모양이우, 그놈이 찌를 물고 나오다가 낚시줄에 엉켜 빠져 죽었던 게지, 내가 아침에 오줌 누러 나왔다 젊은이 낚시대 차린 자리를 보니 대가 쓰러져있어 큰놈이 물고 발버둥치다 그리된 모양이다 싶어 달려가 봤더니 글쎄 그 개가 줄에 뒤엉킨 채 퉁퉁 불어 있지 뭐유, 그래서 개 주인을 깨우니 자석이 달려 나와 이 모양을 보더니 한숨한번 푹 쉬고는 바로 줄에 달린 개를 끌어내서는 혼자서 저 켠 개울로 가서 다듬어 옵디다.” 담배를 한대 빼 물고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데
“그래서 총무랑 나랑은 저 건너편 구판장에 가서 쥔장한테 인사 땡기고는 배추며 고춧가루며 양념을 얻어 와서 푹 고운거라우 그러니 이게 다 젊은이 덕이 아니고 뭐겠수”
낚시터에 갈 때 마다 주인과 함께한 애견들을 보면 이날의 추억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월척의 계절입니다 한적한 물가에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