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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5 가물치

나그네 4 3,370
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5 가물치
1995년 8월의 어느 휴일입니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가게에 손님 한분 오시지 않아 무료하게 텔레비전만 보면서 휴일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아내가 느닷없는 질문을 해 옵니다.
“오늘 엄청 덥네예 저녁에 매운탕 끓일까요?”
“당신 맘대로 해라 언제 나한테 물어보고 반찬 장만했더나? 목욕탕에 아직 붕어 많이 들어 있잖아 ”
아내의 질문은 오늘은 휴일이니 같이 바람 쐬러 나가자는 압력이었고, 이를 잘 알고 있는 나의 대답은 한마디로 이 더운 날 낚시는 무슨 낚시라는 딴청 그 자체이지요.
운전을 하지 못하는 아내의 입장에서는 내가 낚시 갈 때 동행하는 것이 당시로서는 친정 나들이 외에는 거의 유일한 장거리 외출인 셈이었지요.
그렇다고 낚시에 취미가 있던 것은 아니고 낚시터 주변의 야산이며 들에서 산나물에 야생도라지, 더덕 등등을 채취하는 것을 무척 재미있어 했기에 가끔씩 낚시터에 동행하고자 청을 하기도 하였답니다.
“그게 아니고 매운탕 끓이려면 메기 좀 잡아와야겠습니다. 붕어만 넣어가지고 끓이니까 영 싱거워서.” 라는 의외의 답이 나오데요.
“메기라? 그거 전에 잡아서 목욕탕에 몇 마리 넣어뒀잖아?”
“먼저 동사무소 직원들이랑 붕어 큰놈하고 메기하고는 다 해 먹었잖아요.”
“그래? 그러면 고령 쪽에 한번 가보자 일전에 비가 와서 물이 불었을거야. 나는 낚시대 준비 할 테니 당신은 시장에 가서 미꾸라지 작은놈으로 몇 마리 구해와”

미끼를 준비하고 저녁 도시락 까지 준비해서는 아내와 함께 지금은 대구 경북 낚시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고령 개진공단의 사촌늪에서 북쪽으로 강변을 따라 약 2Km 쯤 떨어진 88고속도로 고령교 다리아래의 회천강과 합천댐 상류에서 흘러오는 물길이 합해지는 고령지역의 양수리쯤 되는 곳을 목적지로 하고 출발을 하였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예상대로 강물은 적당하게 불어나 있었어나 물살이세서 흘러 강심을 노리는 낚시 방법으로는 부적절하다 판단이 되어 릴 추를 5호에서 8호로 바꾸고는 목줄을 20Cm 길이의 합사 6호에 감성돔 6호 외바늘 채비로 하여 미꾸라지 한 마리를 꿰어 폭이 40미터 정도 되는 강 저편 수초 대를 노려 채비를 날렸지요.
첫 투척에 채비가 원하는 수초대의 가장자리에 도달하는 것을 보고 릴 가이드를 닫는 순간 채 드랙에 다 감지 못한 잔여 줄까지 순식간에 강 저편으로 끌려 나가버리며, 갑자기 엄청남 힘이 낚시대를 세울 여유조차 주지 않습니다.

다행히 강폭이 좁은 지점이라 채비가 떨어진 자리와 강변까지의 여유거리가 5M 정도여서 더 이상 갈 곳을 잃은 녀석이 정지하는 틈에 낚시대를 세우고 릴을 감아 들이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입에 걸린 바늘이 이 녀석을 압박하기 시작하자 그제 서야 물위로 휙 뛰어 오르며 모습을 보여 주는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경악 그 자체였지요.
물 위로 용트림 하듯이 상반신을 치켜드는 모습이 40m정도나 떨어진 곳에서 보아도 큰 말뚝이 불끈 치솟는 듯한, 87년 안동댐에서 잡아낸 98Cm 잉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위용을 보이는데 그래도 이 녀석이 자신이 가물치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시커먼 머리를 수차례 더 보여주고는 강변에서 더 나아갈 곳이 없으니 휙 돌아서서는 강심을 향해 달려 나오기 시작 합니다.
얼른 릴 줄을 감으며 이 녀석과 균형을 유지 하려 애쓰는 순간 강심에 도달한 녀석이 이리 저리 내 빼기 시작하니 낚시 줄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나고 낚시대의 마디마디가 힘에 겨워 삐걱거립니다.
물길 아래쪽으로 내달리는 녀석을 다시 끌어올릴 때는 수압마저 가해져서 낚시대가 부러지거나 줄이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데다 간간히 떠내려 오는 뿌리까지 뽑힌 육초의 부유물이 이 녀석의 머리부분에 감길 때는 이제는 틀렸구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하였습니다.
다행하게도 수초가 머리부분에 감길 때마다 녀석도 시야가 가리는 것이 싫어서인지는 몰라도 물위로 치솟으며 스스로 털어 내 주어 나를 도와주었습니다.
이십 여분을 이 녀석과 팽팽한 긴장 속에서 줄다리기를 하다보니 나도 지치고 녀석도 함께 지쳐 가는데 갑자기 녀석이 내 쪽으로 방향을 휙 틀더니 발밑으로 확 파고듭니다.
얼른 잔여 줄을 감고는 한발 뒤로 물러서서는 낚시대의 반동을 이용하여 힘차게 육지로 끌어올리니 녀석도 힘이 다 빠져버렸는지 큰 저항 없이 육지로 오르더군요.

이때 아내가 달려들어 녀석을 물과는 멀어지게 육지 쪽으로 있는 힘을 다해 굴려 줍니다.
땅위에 모습을 드러낸 얼룩무늬의 가물치모습이 커다란 통나무를 연상시킬 정도로 대물 이였지요.
녀석의 입에 박힌 바늘을 빼려고 다가서는 순간 이 녀석이 용트림을 하면서 꼬리로 내 다리는 치는데 각목으로 내려치는듯한 통증이 느껴지며 그만 푹 주저 않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한번의 요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사력을 다해 푸덕거리니 점점 물가로 굴러가기 시작했지요.
이 보습을 본 아내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이 녀석의 등 부분에 올라 않고는 목 부분을 꽉 안아 버리니 그 모습이란 꼭 레슬링 선수가 상대선수의 허리를 꺾고 있는 모습이었답니다.
“여보 빨리 수건 가지고 와 미끄러워 놓치겠어.”
역시 아줌마는 용감합디다. 내가 봐도 징그러운 녀석을 단 한방에 제압해 버리더군요.
이렇게 연약하기만 한줄 알았던 아내의 도움을 받아 녀석을 제압하여 살림망에 쳐 박아 넣고는 차에 있는 1M 줄자로 녀석의 신장 측정에 들어가니 이 줄자를 다 뽑아도 녀석의 키보다 적습니다.
목적이 이 녀석이 아니었기에 대물 포획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본래의 목적인 메기를 몇 마리 더 잡고는 포획물을 아내와 둘이서 힘겹게 차에 올려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와서 녀석을 마당 수돗가에 있는 큰 물통에 집어넣으니 원을 그린 녀석의 머리가 꼬리가 함께 겹쳐집니다.
이런 녀석은 약으로 쓰면 좋겠다는 아내의 의견에 따라 우선 어머니께 전화로 자초지정을 설명 드리고 “고아 드실래요?” 하고 여쭤 봤더니 한마디로 거절 하십니다.
“야야 그건 찌끼미다. (지킴이의 경상도표현 큰 고기나 큰 구렁이를 신격화 하는 미신에서 비롯된 말) 그거 죽이면 큰일 난다. 빨리 제자리에 같다 놔라”
내가 물고기 잡아오면 서로 달라던 이웃들도 이 녀석의 위용에 질려서인지 아무도 달라는 분들이 없고 절대 내손으로 죽이지 말라는 어머니의 엄명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달라는 사람이 없으면 다시 회천강에 가서 녀석을 놓아주어야하겠다 생각하고, 그날 밤은 물통 속에 녀석을 보관해 두었는데 내게는 다행이요 녀석에게는 불행인 상황이 다음날 아침 발생했습니다.
이웃에 위암으로 수술을 하신 아주머니가 한분 계셨는데 이 대형 가물치 소식을 듣고는 아침 일찍 오셔서
“그거 내가 고아먹으면 회복에 아주 좋다는데 얼마 드리면 되겠수? 내가 삽시다.”
라는 제의를 하시더군요.
이 녀석 때문에 다시 강으로 가지 않아도 되었기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제가 어부 입니까. 돈 받고 팔게, 그냥 가져가셔서 약해 드세요.”

몇 주가 지난 다음에 일전의 누리끼리하던 얼굴색이 환해진 모습으로 제게 들러
“그 가물치 약해먹고 나니 몸이 이렇게 좋아졌어요. 정말 고마워요”
라며 감사의 뜻을 전하시는데.

가물치 한 마리 약해 드시고 그리 좋아지셨을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환자를 저만큼 회복시켰으니 가물치 녀석도 덜 원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나로 인하여 희생된 대물 가물치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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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나그네  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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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구름
^-^
나그네
대구에 살고 있습니다 올 5자 반열에 처음 신고 햇습니다.
인연이 닫는다면 언젠가는 함께 낚시대 드리울 날이 있겠지요
별명이 나그네라 동가식 서가숙으로 1년이면 30일은 낚시현장에
취재 나가고 100일 이면 개인적으로 낚시대 담그고 있으니 언젠가는
한번 뵈리라 생각 됩니다...
착한붕어
언제 읽으도 재미있는 이야기 입니다
어디에 사시는 분이신지요
내용을 보아 연세가 드신문 같은데(저는52)
가까운데 계시다면 같이 즐낚하고싶습니다
늘 건강 하시고 좋은일만 있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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