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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9 수달과의 3전3패

나그네 4 3,455
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9 수달과의 3전3패

청송 강 낚시 수달 이야기

요즘은 찌 오름을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에 곰곰이 옛날과 지금의 채비들을 비교해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밤낚시 환경에 우선 크게 변한 것은 카바이트를 때던 칸델라에서 케미로, 다시 전자 찌로 발전해온 것이 대표적인 변화라 하겠지요.
낚시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치약회사에서 마케팅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판매량을 늘이기 위하여 열띤 토론을 하였답니다.
수개월을 갑론을박 하였으나 특별한 묘책 없이, 소비자의 기호를 조사하여 향을 첨가하는 정도로 결론이 나던 쯤에,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 생산직 사원이 공장장을 찾아가서 한마디 던졌습니다.
“많이 파는 것이 목적입니까? 그러면 소비자가 치약을 많이 쓰게 하면 되지요”
“누가 그걸 모르나, 그러니 그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지,”
“치약에 향료를 넣는다고 많이 팔립니까?”
“자네는 뭔 방법 있는가?”
“간단하지요 치약튜브 구멍을 지금보다 키우세요, 그러면 한번 짤 때 사용하는 양이 많아지므로 많이 쓸 것 아닙니까?”

이렇게 대형화를 통하여 소비자의 주머니를 후려내는 기발한 발상은 너무도 많습니다.
세탁기가 대형화 대면서 세제 공장은 덩달아 발전 했지요. 그만큼 수질오염은 가중되었습니다만.

더불어 낚시꾼에게도 쓸데없이 커진 용품들이 정말 많아 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살림망만 하더라도 예전에는 쌀 5되들어갈 정도면 엄청나게 큰 것이었는데 요즘 살림망은 쌀 1가마도 더 들어갈 만한 크기로 변해 버렸습니다.
고기는 예전보다 더 못 잡는데 왜 살림망 크기는 이리도 비대해져버렸는지?

이야기가 엇길로 나갑니다.
정신 차리고 바른길로 가겠습니다.

처가가 청송인 관계로 한참 청송 쪽으로 출조를 자주 다니던 20여 년 전의 조행기입니다.
여름휴가를 대신하여 청송에 있는 큰동서네 집에 들러, 도착첫날 낮에는 주류천하를 즐기고 밤에는 더위를 피해 가까운 강으로 가서 낚시대를 펴고는 강 붕어랑 피라미 등등을 당시로서는 제법 큰 살림망에 반 정도나 잡아놓고는, 낮에 마신 술 때문에 피곤해 주변에 쳐둔 텐트 속에서 한잠을 늘어지게 자고는 새벽에 일어나 낚시터 주변을 살펴보고는 아연실색 하였답니다.
낚시대를 차려둔 곳에서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나무막대를 박고 그곳에 걸어둔 살림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살림망을 나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다 설치하는 이유는, 물고기가 살림망 속에서 답답하여 퍼덕이는 소리가 귀에 거슬려서 이지요.
주변에 달리 낚시하는 분이 있던 것도 아니고, 특히 이곳은 외진 곳이라 지나다닐 사람도 없는 장소라 정말 의아했습니다.
찬찬히 주변을 살피다가 살림망을 걸어둔 나뭇가지가 쓰러져있기에 땅에 제대로 가지를 박지 못하여 물고기의 퍼덕임에 쓰러진 후 강물에 쓸려가 버린 것으로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포인트로 삼은 이유는 물살이 아주 약하게 감아 돌아 찌가 흐르지 않아 고른 장소인데, 강물에 살림망이 떠내려 가 버렸다는 스스로 내린 판단에 스스로가 의문을 가지면서 말입니다.

채비를 걷고는 동서네로 돌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고기 못 잡고, 변명을 한다는 누명만 씁니다.

이날 밤에는 동서와 동행하여 그 포인트로 들어가서 낚시를 합니다. 물론 살림망은 낚시방 에서 새로 장만 했지요, 대구에서보다 곱절 가까운 거금을 주고서 말입니다.
낚시는 재미없고 초망으로 고기 잡는 것만이 최고라며 낚시꾼을 폄하하던 동서도 연달아 올라오는 붕어 등등의 물고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는 “낚시 참 재밋다, 재밋다.” 면서 연신 대를 휘둘러 댑니다.
하지만 자정 가까이 되자 입질이 뜸해지고 그새 흥미를 잃은 동서는 살림망을 바라보며 “역시 고기 잡는 데는 초망이 최고야, 초망 두 번만 치면 저만큼은 잡아” 라더니 준비해온 양념으로 매운탕을 끌이고는 소주잔을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함께 소주 한 됫박을 비우고는 어제를 생각해서 나뭇가지를 단단히 박고는 살림망 끈도 몇 겹을 가지에 감아 떠내려가지 않게 만반의 준비를 해 두고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살림망을 확인해 보고는 또 다시 놀랐습니다.
이날은 망은 그대로 있는데 속에든 고기는 한 마리도 없더군요. 망을 자세히 살펴보니 아랫부분이 날카로운 칼로 찢은 듯이 째져있는 것이지요.

동서 왈 “아마도 수달이 왔다간 모양이야, 사냥꾼들이(밀렵꾼이 옳은 표현입니다.) 놓은 덧에 수달이 가끔 걸려나온다더니...” 라며 인상을 찡그립니다.
아침 해장으로 끓여먹을 매운탕거리가 모두 없어져서 서운했기 때문이지요.

저야 수달을 한 번도 본 일이 없으니 동서가 해주는 설명만으로 상황을 유추 합니다.
하지만 꼭 한번 수달이란 녀석을 보고 싶기도 하고 두 번씩이나 연달아 당한 수모(?)를 갚고자 하루 밤을 더 투자하기로 마음먹고는 저녁밥상에 올라온 반주도 마다하고, 밥 먹자마자 낚시터로 달려와서 대를 펴고는 연신 올라오는 붕어 등등을 두 번째 새로 산 살림망에 차곡 차곡 채워 넣습니다.
이날은 살림망을 발 앞 뒷꽃이에 단단히 걸어두고서 말입니다.
역시 강 낚시답게 자정을 넘기니 입질이 뜸해지더니 1시 경이되니 피라미마저도 입질을 뚝 끊어 버립니다.
그래도 오늘밤만큼은 내고기는 내가 지킨다는 신념으로 굳건히 졸음을 쫒으며 의자에 않아 버텨 봅니다만, 깜빡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무엇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 가만히 살림망 쪽을 바라보니 큰 쥐 같은 녀석이 열심히 살림망을 물고는 흔들어 대는 모습이 달빛에 적라하게 보입니다.
‘이 녀석이 수달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찬찬히 녀석의 행동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녀석도 내가 잠이 깬 것을 동물적인 직감으로 알아챈 듯이 갑자기 몸을 돌려 강심으로 유유히 헤엄쳐 사라져 버립니다.
이날 처음으로 수달의 모습을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보았습니다.
하지만 녀석의 잠깐 작업으로 두 번째 새로 산 살림망도 못쓰게 되어 버렸지요.
전적으로 치면 수달과의 전쟁에서 3전 3패를 한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본 수달이란 녀석의 모습은 내 살림망을 세 번이나 작살을 낸 녀석인데도, 밉지를 않고 너무도 귀여운 모습이라, 이날이후 수달 팬이 되어 이곳저곳에서 수달에 대해 배우고, 수달이 살만하다 여겨지는 출조지 에서는 낚시로 잡은 물고기들을 낚시터주변에 웅덩이를 파고 넣어두고는 위장 텐트 속에서 잠복도 하면서 녀석과 만남의 기회를 노렸으나 번번이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나 우연찮게도 올 3월, 여름 낚시를 준비하기 위하여 답사를 간 진보 쪽의 한 계곡지에서 수면을 누비며 노니는 한 쌍의 수달과 조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수지명을 밝히면 수달 잡으러 가실 분들이 줄을 서겠지요? 야생동물로 몸보신하지마시고 열심히 운동하세요. 낚시하시면 보약 드시는 것 보다 훨씬 몸보신 됩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있을 때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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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구름
^-^
김종현
살아숨쉬는곳이네요
붕어찌
잔잔한 수면을 보는 듯한 글 잘 읽었습니다.
자유인
청송, 영양, 영천의 일부지역과 포항,영덕의 일부지역에는 득실득실해요.
일부러 보려하지 않아도 해질녘 물 맑은 곳에 조용히 있으면 저녁 산보 나온 놈들과 자주 마주쳐요. 근데 이놈들이 낚싯군과는 철천지 웬수간이라는데 문제가 있어요. 이놈들이 출몰하면 찌가 말뚝이 되버려요. 미련없이 보따리 싸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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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거 오늘 타작하까???? 댓글18 착한붕어 10-20 11:02 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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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 아르바이트 아직합니까?? 댓글6 민물찌 09-15 21:50 3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