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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10 앗! 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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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낚시 기행 (奇行) 에피소드10 앗! 뱀이다

월간붕어 2005년 6월호 게제분입니다

민물 뱀장어 이야기

경북 청송군 청송읍은 주변에 달기 약수탕, 주왕산 국립공원을 끼고 있어 관광지로서도 천혜의 땅이지만 1989년 임하댐이 준공되기 전에는 읍내 남쪽을 가로지르고 흐르는 강물이 풍부하여 강 낚시를 즐기기도 참으로 좋은 곳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임하댐 상류의 어천교 부근에서도 강 낚시를 즐길 수 있습니다만 예전의 청송 강 낚시보다는 조황이 못한 편입니다.

1982년 여름입니다.
휴가철에 청송근처의 진보에 있는 처갓집으로 다니러 갔을 때 생긴 일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지난 글에도 밝혔습니다만 당시 큰동서가 청송에 살고 있는 관계로 처가에 가면 바로 청송으로 달려와서는 강 낚시를 즐기곤 했었습니다.
그 전해 수달한데 당한 경험이 있어 그해는 살림망을 준비하지 않고 낚시터 뒤에다가 큰 웅덩이를 하나 파 놓고는 고기를 잡는 족족 그곳에 넣어드는 전법으로 첫날의 낚시를 마치고, 이 수확물에다 동서가 몇 번 휘두른 초망 속에 들어간 물고기들로 큰 가마솥에다 매운탕을 가득 끓여 동네사람들이랑 잔치를 벌였지요.
지금은 시골인심이 많이 삭막해 졌습니다만, 예전에는 음식물이 생기면 서로 나눠먹고, 특히 시골에서는 여름철 천렵 등으로 물고기를 잡거나 혹은 멍멍이를 희생시켜 강변에다 가마솥을 걸어놓고는 동네사람들이 모여 잔치 아닌 잔치를 벌이곤 할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이날도 강변에다 솥 걸어놓고는, 농사짓는 동서친구들이 가져온 갖가지 나물들을 넣고 그 유명한 청송 고추를 듬뿍 넣어 끌인 매운탕에다 술도가에서 받아온 막걸리 몇 통을 비우고, 일부는 강에서 목욕도 하고 또 일부는 술에 취해 그늘에서 낮잠도 즐기고 그렇게 망중한을 보내고 있는데 느닷없이 동서가 “장인어른이 요즘 속이 편찮으시다는데 뱀장어 몇 마리 잡아 고아드려야 하겠다.” 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한참 후에 경운기에다 가마니에 무엇인가를 가득 넣어 실고 와서는 강변에다 내려놓습니다.
그런데 이 가마니에서 풍기는 냄새가 보통이 아닙니다. 먹은 음식이 목구멍으로 다시 나올 정도로 역한냄새를 풍기고 있습니다.
“그 속에 뭐 넣었소?”
“가마니 속에 소똥이랑 거름을 퍼 넣고 저렇게 담가두면 뱀장어란 놈이 가마니 속에 파고들지, 나중에 가마니 건져내 보면 미꾸리랑 뱀장어가 가득할 것이야.”
라며 청송에 있는 뱀장어는 모두 다 잡았다는 듯이 아주 자신 있어 합니다.

이렇게 준비를 한 동서만의 비장의 무기를 강 가장자리에 위치한 소에다 끈을 달아맨 후에 집어넣습니다.

이날 해가 넘어갈 무렵에 강변의 회식을 마치고 모두들 자리를 뜨고 나자 동서는 강 속에 넣어둔 그 이상한 덩어리를 끄집어내어 강변으로 끌고나와 묶은 부분을 풀고는 땅위에다 확 쏟아 부으니 정말로 그 속에서 제법 많은 미꾸라지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장담하던 뱀장어는 나오지 않았지요.
“뱀장어는 휴가간모양이요?”
라며 빈정거리는 내 물음에는 답도 않으면서 미꾸라지들을 준비한 물통에다 주섬주섬 주워 넣으며
“너무 일찍 끄집어낸 모양이군. 내일 아침에 다시 꺼내 봐야지”
라고 혼자말로 중얼대다가 미꾸라지를 제외한 내용물들을 다시 가마니 속에다 집어넣고는 처음의 상태보다 부족해진 내용물을 대신하여 강변의 모래까지 채워 넣고 다시 소에다 다 던져 넣습니다.
물통 속에서 퍼덕이는 미꾸라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스푼 등의 인조 미끼가 아닌 미꾸라지 생미끼로 쏘가리 잡던 일이 생각나며, 뱀장어역시 육식성이니 낚시 바늘에 미꾸라지를 꿰어 이 장소에서 낚시를 해 보면 뱀장어란 녀석을 잡을 수 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낚시대를 모두 소 근처로 옮겨서는 몇 대를 바늘을 엄청 큰놈으로 갈고, 물통 속에서 좀 작은 미꾸라지를 꺼내 바늘에 끼운 다음 찌를 빼 버리고는 소에다 초릿대 끝 보기 기법으로 낚시대를 드리워두고 나머지 낚시대로는 붕어 낚시를 시도 하였습니다.
붕어는 자주 미끼를 물고 올라옵니다만 미꾸라지를 끼워둔 낚시대는 바늘에 허리를 꿰인 미꾸라지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작은 움직임만 초릿대 끝에 전해집니다만 뭔가가 물고 늘어지는 큼 움직임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곳 청송의 강 낚시의 특징은 자정을 넘어서면 입질이 뜸해집니다.
근처에 쳐둔 텐트에서 잠을 자기 위하여 채비를 끄집어내 뒷꽃이에 걸어두고는 미꾸라지가 달린 낚시대를 어찌 처리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가장 깊은 곳에 던져두었다고 생각한 3칸 낚시대의 손잡이가 끌려 나갈 정도로 무엇인가가 힘차게 물고 늘어집니다.
‘뱀장어가 물린 모양이다’ 라고 생각하고는 낚시대 손잡이를 힘차게 잡아채보니 뭔가에 걸렸는지 쉽게 딸려 나오지 않습니다.
그믐께라 달빛도 없고 랜턴의 불빛도 가물가물 해서 멀리의 상황이 확인이 되지 않고, 감각으로도 억센 수초에 엉킨 느낌이 들어 아침에 날 밝고 나서 처리해야 되겠다는 생각하고
다른 낚시대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잡이들을 모두 끈으로 묶어 뒤편의 큰 돌덩이에다 연결해두고 텐트로 돌아가 잠을 청합니다.
초저녁부터 기승을 부리던 모기들의 성화도 잦아들고 무더위도 가신 탓인지 자리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도착한 동서가 “이봐 일어나, 아침 먹으러가세” 라며 깨우지 않았더라면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잠을 잘 번한 오랜만의 단잠이었습니다.
눈 뜨자마자 어제 밤 끄집어내지 못한 채비가 생각이 나서 소 쪽으로 가보니 그 문제의 낚시대는 채비가 물속에 던져진 것이 아니라 소 가운데서 자라나던 줄기수초위에 걸쳐 휘감겨있었고 줄 끝에서 뱀장어처럼 보이는 뭔가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제 채비를 던질 때 이 수초 더미에 채비가 걸쳐버렸던 모양입니다.
“어제 밤에 물고 늘어진 놈인데 저놈이 뭐 같소?”
“뱀장어 같은데 낚시대를 꺼내봐”
“저기 줄기에 감겨서 낚시 줄 끊기 전에는 안돼요.”
“가만히 있어봐라 내가 물에 들어가서 줄 풀어줄게.”
동서가 바지랑 저고리를 훌훌 벗고는 팬티차림으로 물속에 풍덩 들어가서는 수초 줄기까지 근처까지 헤엄쳐 들어가다가,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앗 뱀이다!” 라더니 도로 물가로 죽어라 헤엄을 쳐서 돌아 나옵니다.

그날의 사건은, 동서의 의견에 따르자면 바늘에 달린 미꾸라지가 줄이 수초에 걸리는 바람에 물속에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수표면 가까이에 위치하여 있었는데 강을 가로지르며 다니는 화사(꽃뱀)가 이 근처를 지나가다 이 미꾸라지보고는 공격하다 바늘에 걸려버렸단 것입니다.

이렇게 나의 뱀장어 낚시는 뱀 낚시로 끝이나 버렸지만, 동서가 어제 밤에 재충전하여 소에 던져두었던 소똥과 거름이 가득 채워진 가마니를 아침에 건져 올려 확인한 결과 길이가 두자가 넘는 뱀장어가 세 마리나 들어 않아 있었고 온몸에 줄무늬가 있는 강 미꾸라지와 우리가 흔히 보는 미꾸라지들이 거의 반말이 다될 정도로 들어있더군요.
비록 낚시꾼은 아니지만 필요에 의해 (물론 먹기 위한 목적이지만) 물고기를 잡는 동서의 조과가 나보다 항시 훨씬 윗길임을 이날도 여지없이 증명해준 하루였습니다.

동서와 나와의 실력차이를 굳이 비교해보자면, 나의 하루 낚시로 올린 붕어의 총 마리 수는 동서가 딱 한번 휘두르는 초망의 조과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였고, 내가 세운 매년 월척의 총 마리 수는 동서가 하루 밤 쳐둔 촉고그물에 걸려나온 월척 급 붕어의 수확에 한 번도 이겨 본적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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