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중에 있었던 일...

씁새 11 2,738

요즘 인터넷 카페가 일반화 되어 있다 보니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집니다.
그중에서 조문을 갔다가 벌어진 일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 제가 자주 가는 동호회 한 분이 모친상을 당했습니다.

경사 같으면 눈치껏 빠질 수도 있었지만 조문인지라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면식 있는 회원들만 서로 연락하여 장례식장 앞에서 만났습니다.

영안실을 찾다가 참으로 상당히 난감한 일을 겪게 되었는데...

"근데 [산꼭대기]님의 원래 이름이 뭐지?"

"......"

그렇습니다. 아는거라곤 [산꼭대기]라는 닉네임만 알고 있는데 막상 영안실은 실명으로 표시되어 있으니

초상집을 찾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전화를 해서야 겨우 이름을 알게 되었고 빈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고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부조금은 따로 개인적으로 봉투에 담았는데 안내를 맡은 분이 방명록에 이름을 적어 달라는 겁니다.

우리 일행은 머뭇거리다가 그냥 가면 이상할 것 같아서 적기로 했습니다.

펜을 들어 이름을 적으려다 보니 본명으로 쓰면 상주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늘 부르던 호칭으로 적어야 나중에 누가 다녀갔는지 알겠지요.

그래서 첫 번째인 제가 자신 있게 썼습니다. "보혜미안"

뒤에 서있던 회원님도 의도를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닉네임을 썼습니다.

"아무개" 이 회원의 닉네임이 아무개가 맞습니다.

안내를 맡은 분이 난감한 표정을 짓기 시작합니다. 이어서 다른 회원도 닉네임을 쓰게 되었습니다.

"거북이왕자"

안내 데스크의 그분은 민망한 표정으로 조문객들을 응시합니다.

막상 방명록에 닉네임을 쓰는 일행들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안절부절 못하면서 얼른 자리를 벗어나고 싶겠죠.

이름을 적지 못한 뒤에 있는 회원 한분이 계속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이 회원의 닉네임은 "에헤라디야"였습니다. 빨리 쓰라고 다그쳤지만 펜을 들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습니다.

"아 빨리 쓰고 갑시다. 쪽~팔려 죽겠어요"

그래도 그렇지, 상가에서 어떻게 "에헤라디야"라고 쓰겠습니까?

그래도 얼른 가자니까, 결국 에헤라디야 회원님은 다른 회원들보다 작은 글씨로 조그맣게

"에헤라디야" 라고 썼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마지막 남은 회원이 자리를 박차고 영안실을 뛰쳐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의아한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그를 불렀습니다.

"저승사자님! 어디 가세요?"

주변이 썰렁해졌습니다.

결국 우리 일행들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장례식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재미있어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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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최준호
ㅋㅋㅋ.있을수있는 일이겠는데요.
세상이 그만큼 변한거라 나이드신분들이 이해하기 힘든 상황도 자주나올것같군요.ㅎㅎ
민물찌
ㅎㅎㅎ 우리도 그렇게될것같은데요 ㅎㅎ
김문구
이제는 실명을 같이 사용해야 할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의 똑같은 닉네임도 가려줘야 하구요 ㅎㅎㅎ
그래서 실명을 사용합니다 ㅋㅋㅋ
강붕어
ㅎㅎㅎ 웃음이 나는 글이지만 일상 생활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저도 문병갔다가 실명을 몰라 한바탕 했던 기억이...
재미난 글 고맙습니다.
착한붕어
그러니까  아이디를 맹글때 단디생각하고 지어야지
내바라 얼마나 죤노 ..

요즘 바쁘다니 다행이다
넘무 무리하지말고 쉬엄쉬엄해라
몸도 생각하고...
보고싶다
난붕어
ㅎㅎㅎ웃어야 됩니까? 저는 난붕어 인데....방명록에 어케 써야되지요?
나병렬
행님,우선 추카합니다,양에는 않차시겠지만,
그래도 아침에 눈떠서 갈수있는 곳이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무리하지 마시고 살살하이소(서상무님,허허허!)
건강하시고 시간나면 함 뵈입시더.
중층붕어
에궁.. 무지하게 난처 했겠네요.. 특히 저승사자님은..ㅋㅋㅋ
김문구
장례식장에가서 엎드려 절을 하는데 갑자기 헨드폰에서
음악이 나오는데 이런 음악이면 어찌될까요?
날좀 보소 날좀 보소 날 좀 보 이 소~~!
동지섯달 꽃본듯이 날좀 보이소~~!
지행무적
안 당해본 사람들은 내용보고 웃지만, 그런 자리에 서게되면 정말 서로가 얼굴을
못쳐다 봅니다.... 자리를 빨리 벗어나는게 상책 입니다.
(10년전에 인터넷으로 만나 잠깐 함게 하던 경기 모지역 조우회원 부친상에서
같은 경우를...... 그때 아이디가 "불타는 고무 다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