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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붕어여![수필]

피싱랜드 0 1,401
"아버지가 시인이세요?"<br>"왜, 몰랐어? 아버지가 시인이잖아"<br>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는 둘째 아이의 느닷없는 질문에 무심코 대답을 했었다.  <br>"아니 시[詩]말구요 연세가 쉰이냐구요?" <br>이제사 철이 들어 아버지의 시[詩]에 관심을 보이는구나 했더니 내가 잘 못 알아들었던 모양이었다.<br>쉰이라. 쉰은 숫자 50이고 100의 절반이다. 쉰의 어원이 음식이 쉬거나 노동을 마치고 쉰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썩 유쾌한 말은 아닌 것 같다. 7년이 지나면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야 하고, 3년이 더 지나면 회갑이 되는, 살아온 세월의 절반쯤에 서 있는 느낌이다. 정상을 넘어 아래로 내려오는 길처럼 아쉽고 덧없다.<br>누가 그렇게 살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직 가정과 직장을 오가며 우직하게 살아왔다. 깜깜한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없고 연극은 70년대에 &#039;고도를 기다리며&#039;가 마지막으로 본 것 같다. 가슴 설레게 할 그 무엇도 없었고 가슴 조이며 누군가를 기다릴만한 여유도 없이 바쁘게만 살아왔다. 이런 자신이 초라하고 공허하다는 생각을 갖은 게 아마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br>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머리가 반백이 된 이 나이에 여인의 속삭임에 설레이겠는가 술벗의 기다림에 마음을 빼앗기겠는가. <br>새로운 감정을 갖기엔 너무 지치고 퇴색되어 있었고 역할이 끝난 배우가 무대 뒤로 서서히 살아져 가듯 우리의 삶도 그렇게 잊혀져 가는 것이리라 체념하고 싶었다.<br>적어도 그를 만나기 전에는.<br>만나고 싶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었던 초등학교 동창처럼 연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 그였지만 어느 날 문득 환한 얼굴로 다가왔다. 지금껏 그를 왜 모르고 살았나 싶었다.<br>연달 없이 입만 크지도 않고 청승맞게 긴 수염에 허리가 굽지도 않았다. 알맞게 크고 작은 이목구비, 적당히 부풀은 가슴, 도공이 빚은 듯한 허리선, 도톰한 속살은 또 어떻고. 생김생김이 과히 으뜸이다. <br>마음씨 또한 착하나 헤프지 않다. 깊은 속내는 천길 물 속 같고 무심하기는 목석 같으며 차갑기는 엄동설한 얼음장이다.<br>이만하면 내 사람이다 싶어 한시름 놓으려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고 무엇에 마음이 뒤틀렸는지 밤을 새워 기다려도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을 때가 있다. 한발 다가가면 저 만큼 멀어지고 잊혀질듯하면 어느 덧 가까이 다가와 있다. 그래서 가슴이 탄다. <br>거울 속의 낯선 사람 때문에 가끔은 기가 죽기도 하지만 그가 내 곁을 떠나지 않는 한 그를 그리워하며 살리라.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그를 향한 마음 변치 않으리라.<br>오늘도 나는 그를 만나기 위해 채비를 서두른다.<br>오! 내 사랑, 붕어여!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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